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여름휴가를 신청했다가 재난 상황을 이유로 반려된 것과 관련해 닷새 만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27일 페이스북에 ‘휴가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휴가 신청과 휴가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장관급 휴가 신청은 실행 일주일 전에 하게 돼 있고, 만약 휴가 실시 전 23일이나 24일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자연재해나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휴가 실시는 당연히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공수처 등에 고발된 사건들이 적지 않아 정작 휴가를 실시하더라도 집에서 보낼 예정”이었다며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뛰어나올 것이라고도 (간부들에게) 알려뒀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달 25~31일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지난 18일 대통령실에 상신했지만 22일 반려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당시 공지를 통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재난 대응 심각단계에서 재난방송 콘트롤타워인 방통위원장의 휴가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봐 이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휴가를 신청한 18일이 풍수해 위기 경고 ‘심각’ 단계에 해당하는 등 재난 상황임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두고 “만약 내가 재난 기간에 휴가를 갔다면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며 “장관급 기관장이 재난 기간 중에 휴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나 휴가 신청과 휴가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어느 기관이든 휴가 신청은 미리 이뤄져야 하는데 장관 휴가와 차관 휴가는 겹치면 안 되기에 기관 내 간부들의 휴가 일정을 미리 파악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간부의 휴가 일정이 한꺼번에 겹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일정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재난 중 휴가를 갔다면 비난을 달게 받겠으나 재난 중 휴가 신청을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 조작”이라며 “평생 일 욕심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나로서는 휴가 반려 소식에 황당함과 씁쓸함을 느낄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고는 “그렇게 중요한 기관인데, 지금 상임위원 단 한 명으로 중요한 안건들을 심의·의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당시 네 살 딸을 두고 전쟁 취재를 간 경험을 거론하며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