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주말 골프를 즐겼다. 관세 주무 장관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공개 일정 없이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을 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EU)과 무역 협상도 예정돼 있어 한국 정부의 협상 시간은 더욱 촉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차남 에릭 트럼프, 워런 스티븐스 주영 미국 대사와 함께 본인 소유의 턴베리 골프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트럼프는 검은색 상·하의에 USA가 적힌 흰 모자를 쓰고 골프장에 나타났다. 보안 요원들의 경호 속에 골프 카트를 운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골프 리조트 밖에는 검문소가 설치되고 골프장 주변에는 울타리가 세워졌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를 향해 “여기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해당 골프 코스에서 스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편집한 2분 46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턴베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프로로 활동한 73년 동안 플레이한 골프 코스 중 Top 5에 속한다”는 골퍼 게리 플레이어의 말을 인용하며 본인 소유의 골프 클럽을 홍보했다.
트럼프는 EU와의 무역 협상에 관심이 쏠린 모습이다. 트럼프는 2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관세 협상에 나선다. 그는 스코틀랜드 방문 전 기자들을 만나 “EU와는 (협상 타결) 50 대 50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우리가 이 협정을 성사시킨다면 지금까지 중 가장 큰 협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 상품에 대해 15%의 기본 관세를 EU가 수용하는 방향의 초안 합의에 근접했다”고 전하며 “모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며 그가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경우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U와의 관세 협상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28일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식 양자 회담이 예정돼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과 미국의 2+2(재무·통상) 협상을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한 뒤 별도 공개 일정이 없었다. 그는 트럼프의 스코틀랜드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무역 협상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블루칼라 붐을 일으키고, 자본 투자 회복을 촉진해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다음 달 1일까지 대부분 무역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한·미 무역 협상에 도장을 찍을 트럼프는 29일까지 스코틀랜드에 머물 예정이고, 주무장관인 베선트도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지난 25일 “우리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