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PUBG)는 국산 게임 중 처음으로 정규화된 글로벌 e스포츠 리그 시스템을 갖춘 IP다. PUBG e스포츠를 진두지휘하는 이민호 총괄은 26일 ‘PUBG 네이션스 컵(PNC) 2025’ 결승 둘째 날 경기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PUBG가 게임으로서 반등하며 중흥기를 맞았고, 그 과정에 e스포츠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PNC는 각국 대표들이 국기를 유니폼에 달고 최강국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대회 참가국 수를 24개로 늘렸고, 마지막 날에는 인기 아티스트 에스파와의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준비해 대회의 외형을 키웠다.
이 총괄은 “PNC는 PUBG e스포츠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회”라며 “국가대항전은 현재 e스포츠 씬에서 우리만이 보유한 유일한 포맷”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가국 수 확대에 대해 “24개 이상 국가가 팀을 꾸릴 수 있는 e스포츠 종목은 드물다”며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고, 앞으로 팀 수는 유지하거나 더 확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총괄은 “국적이라는 태생적인 정체성은 클럽 팀이 줄 수 없는 감정을 자극한다”며 “이런 포맷은 우리 안에 본능적으로 새겨진 무언가를 건드린다”고 평가했다.
준비 과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회 지속에 대한 크래프톤의 의지는 분명하다. 이 총괄은 “기존 리그 일정을 고려해 대표 선수를 선발하고, 게임단의 양해와 각국 연맹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분쟁 지역이나 규제 등으로 인해 참가국 선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이 대회가 지닌 잠재력을 믿기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럽과 동남아를 넘어 중동 지역으로도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PNC에서 새롭게 적용된 부활 시스템(블루칩)과 시한폭탄(C4)에 대해서 그는 “팬들이 새로운 요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들이 게임의 성장뿐 아니라 e스포츠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괄은 최근 TSM 등 인기 팀의 해체에 대해 “산업이 성장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T1처럼 복귀한 사례도 있다며 “대회 초기부터 함께했던 팀도 있고, 다시 돌아온 팀도 있다. 이름 있는 팀을 확보하고, 팀들과 진정성 있게 함께 성장하는 것이 PUBG e스포츠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파트너 팀(GPT)’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팀과 선수들의 의견을 게임에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번 PNC 역시 GPT 선수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일부 반영했다”고 말했다.
또한 “GPT 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간 PUBG e스포츠 성장의 핵심 요소였고, 앞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도입한 3인칭 기반의 신규 대회 ‘PUBG 플레이어스 투어(PPT)’는 특히 게이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가 나온다. 이 총괄은 “경쟁전과 e스포츠를 일치시키는 게 목표였는데, PPT를 통해 완전히 동일한 운영 체계를 갖췄다”며 “PUBG 이용자의 대다수가 즐기는 3인칭 모드를 기반으로 한 대회 출범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조직은 최근 PUBG IP 프랜차이즈 조직 아래 통합됐다. 이 총괄은 “게임의 지속적 성장과 생명력 유지를 위해 e스포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며 “성장하는 게임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e스포츠도 함께 성장하고, 그 과실을 팬과 선수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PUBG e스포츠는 퀄리티, 선수 지원, 상금 등 여러 면에서 균형을 갖추고 있다”며 “아직 산업적으로는 젊은 단계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장르를 정의했던 게임인 것처럼, e스포츠에서도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풀은 넓지만 이를 시청자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운영보다 산업의 본질적인 연결 구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