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산업장관, 뉴욕 자택 협상 종료…“내부 추가협의 필요”

입력 2025-07-26 15:06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 이어 25일 뉴욕에 있는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시한(8월 1일)에 임박해 열린 한·미 산업장관의 이틀째 협상이 종료됐다.

26일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진행한 협상은 이날 밤 늦게 마무리 됐다. 두 장관은 전날 워싱턴DC 미 상무부 청사에서 회담한 뒤 이날 오후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러트닉 장관이 한국 협상단을 자택으로 초청했다는 건 지금까지의 협상 내용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25일 대통령실 통상대책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대미 투자, 소고기·쌀을 포함한 농축산물 이슈 등 쟁점 분야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며 의견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해 타결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소식통은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추가 협의 결과를 정부에 보고했고, 대통령실은 26일에도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 회의를 열어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통상대책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추가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하기 어려운 만큼 8월 1일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양국이 조만간 합의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백악관 당국자는 한·미 무역 협상 상황에 대해 “우리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미국 기업들을 위한 시장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과 계속해서 생산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관세 인하 조건으로 요구한 내용이 한국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 양국이 만족하는 타협안을 만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간 미국은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구글 정밀지도 반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철회, 자동차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 정부가 한국에 대미 투자 규모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4000억달러(약 550조원)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액이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스코틀랜드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관세 협상 담판을 짓는다. 이어 미국은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 3번째 고위급 무역회담을 연다. 미 정부와 대면 협상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얼마 없다는 점도 한국 정부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