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 관련 파일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지난 5월 팸 본디 법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결코 브리핑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엡스타인의 성범죄 공범으로 인정돼 20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엡스타인의 옛 연인 길레인 맥스웰에 대한 사명 가능성에 대해선 “사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떠나기 전 같은 질문에 “내게 허용되는 일이지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엡스타인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 CNN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의 1993년 결혼식 당시 엡스타인이 하객으로 참석한 사진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뉴욕에서 열린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공개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인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엡스타인의 성접대 리스트가 존재하고 이를 감추고 싶은 누군가가 그를 타살했다는 음모론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부 정부 기밀의 해제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리스트 공개 기대감을 키웠지만 최근에는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입장을 바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접대 리스트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지지층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에머슨칼리지가 미국 유권자 1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2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1%가 엡스타인 파일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한다는 대답은 16%에 그쳤다.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도 20%에 불과했다. 42%는 엡스타인이 타인에 의해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