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계엄 가담·방조’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환해 19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25일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해 오전 10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4시40분쯤까지 조서 열람 시간을 포함해 18시간 40분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면서 ‘단전·단수 지시 의혹 이번에도 인정하지 않았냐’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이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상 행안부의 관장 사무나 국무위원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바탕으로 적용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전·단수가 실행되지 않았어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추가 조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는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인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추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건네며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계엄 포고령 발령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허석곤 소방청장에도 전화해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적극적으로 도운 ‘공범’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불법 계엄 선포를 말리기 위한 국무위원의 책임을 다했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 2월 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긴 대통령실 CCTV 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의 주거지와 행정안전부, 소방청장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한 뒤 추가 소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