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피유 리우 디렉터가 말하는 2025년의 LoL과 e스포츠

입력 2025-07-26 10:00

라이엇 게임즈 피유 리우(Pu Liu) 리그 스튜디오 게임 디렉터가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과 e스포츠를 모두 쓰리 스플릿(3 스플릿) 체제로 바꾼 이유를 밝혔다.

리우 디렉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올해부터 게임과 e스포츠를 3 스플릿 체제로 바꾼 이유, 아타칸과 유충의 갯수 조절 등 게임 내 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올해부터 LoL e스포츠를 3 스플릿 체제로 운영한다. 변화를 준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이번 MSI를 끝으로 스플릿 2를 마무리하게 되는데 지난 2번의 스플릿 동안 느끼고 배운 점이 있다면.
“라이엇 게임즈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게임과 e스포츠를 보다 밀접하게 연결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게임을 3 스플릿으로 개편한 데 맞춰 e스포츠도 3 스플릿으로 운영하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3 스플릿 체제는 라이엇 게임즈가 15년에 걸쳐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결정했다. 각 시즌에 맞춰 나온 음악, 스플래시 아트 등이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가령 특정 시즌의 테마곡을 들으면서 ‘아, 이때 친구들과 즐겁게 게임을 했었지’ ‘한화생명이 FST에서 우승했었지’하고 떠올리는 식으로.
또한 LoL 팬들이 국제대회에 열광한다는 걸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 동안 LoL 파크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이번 스플릿 2까지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국제대회를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녹서스·아이오니아 등 게임의 IP를 협곡에 녹이는 시도도 하고 있다.
“게임이 하나의 테마에 완전히 녹아들기를 원했다. 단순히 협곡 디자인뿐 아니라 멋진 뮤직비디오와 e스포츠, 게임 모드까지. 가령 아레나는 스플릿 1의 녹서스와 잘 어울리는 모드였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라이엇 게임즈와 LoL의 강점은 전 세계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데 있다. 어떤 아이디어든 열린 마인드로 받아들이겠다.”

-15시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새로운 오브젝트 아타칸이다.
“새로운 오브젝트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시즌 테마와의 연관성이다. 녹서스 배경, 르블랑과의 스토리 라인 등이 잘 어우러지는 오브젝트를 고민하고, 처치 보상이 적당한지도 면밀하게 계산해서 만든 게 아타칸이다.
처음엔 프로 대회에선 대체로 많은 킬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두 종류의 아타칸(탐식·파멸)을 만들었다. 킬수와 비례해서 등장하게끔 했다. 또한 내셔 남작의 등장 시간을 뒤로 미뤘다. 내셔 남작을 처치하는 팀의 맵 장악력이 몹시 강해지는 걸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 현재 아타칸과 관련해 모든 게 만족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양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완성도 높은 오브젝트가 될지 고민하고 있다.”

-스플릿 2 시작에 맞춰 탐식의 아타칸의 부활 효과를 없앴다.
“스플릿 1을 진행해보니 대부분의 프로 게임에서 탐식의 아타칸만 등장했다. 그런데 솔로 랭크에선 파멸의 아타칸만 나왔다. 일반 게임과 프로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므로 아타칸의 종류를 1개로 통일하기로 했다.
또 아타칸이 2개가 되면서 게임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판단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유저들은 아타칸이라는 오브젝트 자체가 생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떤 아타칸인지에 따라 붙어서 사냥해야 하는지, 떨어져서 사냥해야 하는지도 구분해야 하는 게 너무 난도 높은 일이라고 봤다. 조금 더 게임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었다.”

-유충을 6개에서 3개로 줄였다. 첫 유충의 영향력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충이 프로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데 동의한다. 밴픽에도 큰 영향을 줬다. 프로 대회에 라인 스와프가 다시 생긴 것도 유충 때문이다. 우리는 유충이 게임의 방향을 완전히 지배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유충의 수를 6개에서 3개로 줄이면서 게임이 단순해지기를 유도했다. 지금의 3 유충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오브젝트로 두되, 상대 팀이 1개만 스틸을 시도하든지 하는 정도의 플레이 유연성은 보장해주고 싶었다. 현재도 프로팀과 선수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참고하면서 메타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게임이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는 걸 원치 않는다.”

-게임과 e스포츠 모두 해당하는 얘기다. 정글러와 서포터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굉장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공감한다. 결국 모든 플레이어가 ‘페이커’ 이상혁처럼 미드에서 멋지게 캐리하고 싶어 한다. 아니면 원거리 딜러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거나 탑에서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사실 ‘강하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는 현재 정글러 역시 충분히 강한 포지션이다. 강함의 정도가 곧 유저의 만족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서포터를 버프한다고 해서 미드 유저들이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을 하지 않는다. 그저 ‘서포터가 너무 세졌다’고 컴플레인을 걸 뿐이다. 반대로 서포터를 너프한다고 해서 서포터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온 포지션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버프·너프를 통해 포지션 간 유저수 격차를 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유저들에게 특정 포지션을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포터에서도 다양한 역할군이 있다. 소라카같은 힐러가 있는가 하면 이니시에이팅을 담당하는 탱커도 있다. 그런 역할군 내 밸런스를 잡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현재는 메이지형 서포터들이 약한 편이다. 하지만 메이지 서포터를 버프한다고 해서 서포터 유저들이 그 챔피언을 서포터로 쓸까? 그냥 미드로 쓰지는 않을까? 알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지역마다 다른 포지션별 유저풀도 고려해야 한다.”

-블루 사이드가 유리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LoL의 모바일게임 버전인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맵을 상하좌우 대칭으로 만들었다.
“상하좌우 대칭 맵은 우리가 많이 토론하고 고려하는 사항이다. 프로 대회에서 블루 사이드가 유리하다는 건 1픽을 가져가서라고 생각한다. 1픽이 전반적인 밴픽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MSI에서 플라이퀘스트는 레드 사이드를 선호하기도 했다. 전략적인 카운터 픽을 활용하는 걸 좋아해서다. 어떤 선수들은 마우스를 움직일 때 특정 사이드가 더 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코인 토스로 첫 세트 진영을 정한다. 운에 너무 많은 게 좌우되는 것 아닌지.
“정말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이 부분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있으며 프로팀과도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LPL의 일대일 대결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시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e스포츠 팀이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자세히 검토하고 있으며, 가장 공정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솔로 랭크와 프로 대회의 간극 때문에 밸런스 조절이 어려운 챔피언도 있는지.
“e스포츠 역사를 되돌아보면 매우 많은 챔피언들이 그런 위치에 있었다. 가령 크산테라든지. 사실 지금 코르키도 솔로 랭크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인데 프로 대회에선 미드·원딜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멀티 포지션이다. 프로팀들은 조금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밴픽적 유연성이 보장되는 챔피언을 우선 뽑고 본다. 두 번째는 프로 대회 특유의 단단한 팀플레이다. 아지르가 솔로 랭크보다 프로 대회에서 더 사랑받는 이유다. ‘페이커’ 이상혁이 ‘룰러’ 박재혁을 토스했던 2023년 월즈의 명장면은 사실 양 팀 모두 좋은 팀플레이를 펼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로 랭크는 다섯 팀원의 생각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이 나서 프로 게임과 같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굉장히 오랫동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프로와 일반 유저들에게 동등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데 둘은 태생적으로 너무 다르다. 만약 모든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MLB 구장에서 뛰게 만든다면 홈런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다.
‘프로 감옥(pro jail)’이라는 표현이 있다. 프로 대회에서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솔로 랭크에선 약할 수밖에 없는 챔피언들을 두고 ‘프로 감옥에 갇힌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어떤 챔피언이 프로 감옥에 수감되는지 지켜보고, 그 이유를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감 챔피언은 핵심 메카닉이 팀플레이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밴쿠버=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