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향해 강대강 시대를 끝내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정 장관은 또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통일부 조직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논란이 되는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해선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저를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보낸 것은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를 복원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특명”이라며 “남북 연락채널을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북한 당국자들을 향해 “남북관계는 불일부이(不一不二)의 관계”라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강대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엉킨 실타래를 풀되 푸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옷 한 벌을 지어 입자”고 제안했다. 또 오는 12월 26일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창작 100주년을 맞아 공동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건넸다.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을 두고는 “지금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다 증발한 것인가. 지난 남북관계의 시간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라며 “윤석열 정부는 내란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통일부의 무력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의 반북 대결 노선은 남북관계를 적대감에 가득 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이제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서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남북평화 공존, 평화경제와 공동성장, 국민주권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지난 정부에서 80여명을 축소하는 등 쪼그라든 조직에 대해서도 “축소되고 왜곡됐다”며 “조직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 역량의 회복, 조직 문화의 치유, 조직의 성장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반도평화특사’의 역할도 적극 해 나갈 것”이라며 “멈춰 서버린 1단계 화해협력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벽돌 한장 한장 들고 다시 남북관계의 집을 짓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취임식에 앞서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관해 “뭐든지 우선순위가 있는데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조직에 대해선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로 안다”며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