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거래 줄고 선가 하락… 올해 상반기 해운시장 ‘냉각’

입력 2025-07-25 14:42
2025년 선박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 표지 이미지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매매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거래 건수는 물론 총 거래 금액, 평균 거래 단가까지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중고 선박 시장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매도자만 늘어나면서 사실상 ‘사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구조로 바뀌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는 25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선박 매매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매매시장이 거래량과 선박 가격 모두에서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며 “해운시장을 둘러싼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선 시장에서는 선박 노후화, 수익성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거래 자체가 줄었다. 선형별로는 각기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컨테이너선은 고가 매입 부담과 장기 계약 중심 운영으로 거래가 뚝 끊겼다.

반면 곡물 등 건화물(Bulk) 운송용 선박 중 약 5만~6만t급 선박인 수프라맥스(Supramax)와 파나마 운하 통과 가능한 최대 8만t급의 파나맥스(Panamax)는 실제 화물 수요가 있는 선주들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원유 수송용 초대형 유조선(VLCC)을 포함한 일부 탱커선만이 비교적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다.

신조선 발주도 크게 줄었다.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는 전년 대비 43% 줄었고, 발주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선종도 있었다. 조선소들이 이미 수주물량으로 포화 상태에 놓인 데다,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은 관심은 많지만, 높은 가격 탓에 실제 발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중고선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운임 하락, 신조선 인도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선박 시장은 단기 운임과 투자 심리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성이 있다”며 “2025년에도 대부분 선종에서 선박 공급이 수요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앞으로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보다, 장기 수요에 기반한 안정적인 매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연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장은 “이번 보고서가 급변하는 해운 환경 속에서 업계의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