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순정 수원고검장 “‘개혁’ 외피 두른 선동적 조치”

입력 2025-07-25 10:54 수정 2025-07-25 10:5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첫 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권순정 수원고검장이 “개혁이란 외피만 두른 채 국가의 부패대응 기능을 무력화하는 선동적 조치”라며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권 고검장은 25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대한민국 검사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때가 됐다”고 사직 인사를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사, 예산, 제도를 무기로 한 비상식적인 위협이 존재하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과제는 영원히 달성하기 어려운 신기루 같은 목표일 수 있다”며 “정작 법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소외될 수 있는 탁상공론형 개악이나 개혁이란 외피만 두른 채 국가의 부패대응 기능을 무력화하는 선동적 조치에 대해서는 현장의 실상과 문제점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도 실무현장에 있는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개혁 완수’를 공언한 정 장관이 취임하고 첫 고위 검찰 인사가 예고되면서 권 고검장을 비롯한 전국 지검장·고검장의 사의 표명이 줄 잇고 있다.

그러면서 권 고검장은 “형사사법의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이번 기회에 우리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해보고 문제점은 정확하고 과감하게 고쳐나가면 좋겠다”며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고품질 서비스 제공’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검찰 업무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바란다. 그런 진지한 노력과 진정한 개혁을 통해 검찰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옳은 일을 옳게 하려는 분들과 함께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우는 분위기 속에서 참 행복하게 일했다”며 “동고동락하며 머리를 맞대고 난제들을 해결하려 고민해 주신 공직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진실과 팩트를 찾아가던 과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일이었다”며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속 ‘진실은 가늘어지기는 해도 깨지지 않으며, 물 위에 기름이 뜨듯 늘 거짓말 위에 드러난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권 고검장은 “그러나 세르반테스의 희망적 관점과 달리 범죄와 관련된 진실은 수사책임자의 고된 노력과 희생 없이 저절로 드러나는 법은 없었다. 거짓과 불의에 눈감지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검찰 가족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의 정의와 법을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형사사법제도와 민주법치 국가의 핵심 자정 기관인 검찰을 건강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밖에서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양한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