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로 이주노동자 들어올린 50대 가해자 눈물 “달리 할 말 없어”

입력 2025-07-24 20:53 수정 2025-07-24 21:11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게차에 실린 화물에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묶어 들어올리는 등 괴롭힌 50대 지게차 운전자가 눈물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관리감독과 소속 근로감독관 등 15명은 이날 오전부터 최근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32)씨를 괴롭힌 전남 나주시 소재 벽돌 생산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근로감독관들은 이날 우선 공장 노동자들이 A씨를 괴롭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속 지게차 운전자 50대 B씨와 업체 대표 등을 잇따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B씨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B씨는 A씨에 대해 “평소 친한 사이였다. 악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업체 대표 역시 자신의 사업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노동당국은 B씨 등에 대한 조사에 이어 25일 A씨를 직접 면담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영상에 담긴 모습 외에 또다른 괴롭힘은 없었는 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말 E-9 비자(비전문 취업)로 우리나라에 최초 입국한 A씨는 줄곧 해당 업체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씨는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피해자 면담을 통해 영상 속 가해자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하고, 지속적인 괴롭힘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가 공개한 58초 분량의 영상에는 이달 초쯤 나주의 한 벽돌 생산공장에서 A씨가 벽돌과 함께 비닐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담겨 공분을 샀다. 이 영상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웃으면서 결박된 A씨에게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등 A씨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반복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이날 오후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행위와 인권침해 행위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