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여제’ 비너스 윌리엄스(45·미국)가 돌아왔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열린 무바달라 시티DC오픈 여자단식 첫 상대는 21살 어린 페이턴 스턴스(35위·미국). 윌리엄스가 윔블던·US오픈 단식, 호주오픈 복식 우승 트로피를 휩쓴 해에 태어난 선수다. 윌리엄스는 녹슬지 않은 강서브로 스턴스를 압박하며 2대 0(6-3 6-4) 완승을 거뒀다. 스턴스는 “이렇게 움직임이 좋을 줄 몰랐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스무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아직 더 할 수 있기에 떠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윌리엄스는 이날 경기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에서 역대 두 번째로 최고령 승리 기록을 세웠다. 2004년 48세에 승리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3월 마이애미오픈 출전 이후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은퇴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로 다시 코트에 섰다.
1994년 데뷔한 윌리엄스는 1살 아래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와 함께 2000년대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했던 전설적인 선수다. 2011년에도 만성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고 은퇴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했다. 그는 “건강보험 때문에 돌아왔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나는 과거와 똑같은 선수다. 여전히 강하게 공을 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5세 베테랑 좌완 투수 리치 힐(캔자스시티)도 같은날 커리어 14번째 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복귀했다.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경기가 열린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는 20년 전 힐이 MLB 데뷔전을 치렀던 곳이다.
힐은 지난해 9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방출된 후 올해 5월 캔자스시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빅리그 복귀의 꿈을 놓지 않던 그는 이날 MLB 역대 최다 구단 소속 출전 타이 기록과 MLB 최고령 선발 등판 2위 기록을 모두 세웠다. 힐은 “더 할 수 있다는 걸 알 때 떠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47살의 나이에 링으로 돌아온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도 건재를 알렸다. 지난 20일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66.7㎏) 타이틀전에서 17살 어린 현역 챔피언 마리오 바리오스와의 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4년 만의 복귀전이지만 그의 왼손 스트레이트는 여전히 매서웠다. 파퀴아오는 “노력한다면 계속 싸울 수 있다는 영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