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 차기 총무 선출을 앞두고 교단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그간 암묵적으로 지켜온 교단 순번에 따르면 올해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가 총무를 추천할 차례다. 그러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도 총무 선거에 나서면서 NCCK 안팎에서 반대 성명이 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기장은 최근 대의원 회의에서 NCCK 총무 후보로 박승렬(한우리교회) 목사를 선출했다. 기감도 송병구(색동교회) 목사를 후보로 정하고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장 농어촌선교목회자연합회와 민중선교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믿음이 무너지면 에큐메니컬 운동이 무너진다”며 “관례를 깨뜨리는 것이 분열과 갈등의 시작일 수 있다. 합당한 과정을 통해 NCCK 총무가 선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는 “NCCK 총무 선출은 교계의 반에큐메니컬적 흐름을 무마하거나 NCCK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지금이야말로 100년 이상 이어져 온 일치와 협력의 정신을 다시 붙들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NCCK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교회와사회위원회가 성명을 냈으며 청년들도 ‘에큐메니컬 후배’ 이름으로 “기감은 총무 출마 계획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서명 운동을 벌였다.
기감 관계자는 “그동안 NCCK가 100% 순번제로 총무를 선출한 것은 아니었다”며 “순번제가 능사는 아니고 NCCK의 발전을 위해 가장 알맞은 교단 사람을 총무로 뽑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김종생 총무는 박 목사와 송 목사의 후보 출마를 언급하며 NCCK와 관련된 직함을 내려놓자고 제안했다. 실행위원이 아닌 박 목사는 불참했고 송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받아들인다고 발언했다.
이에 박상규 기장 총회장은 “NCCK에는 명문화된 법조문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원칙이 있는데 다른 교단 후보가 나와서 신상 발언을 한다는 것은 (총무 후보) 경쟁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이훈삼 기장 총무도 “총무 선출 건에 대해 여러 문건이 NCCK 안팎에서 도출됐는데 NCCK는 이를 단순하게 보지 말고 문건을 낸 당사자를 만나 그 의도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병배 기감 선교국 총무는 교단의 견해를 전달했다. 황 총무는 “총무 인선과 관련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기감은 자리에 대한 욕심도 없고 거대 교단이 물질로 폭력을 휘두르려는 의지도 없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기감 내부 사정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앞으로 각 교단 대표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기감의 총무 추천은 NCCK 재정난을 극복하고 내부의 NCCK 탈퇴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NCCK는 이날 총무 후보 추천을 위한 인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각 교단과 연합기관은 오는 30일까지 각 2명의 위원을 추천하며 31일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