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이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정상회담을 했다. 양측은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통상문제 등 현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EU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시 주석은 “올해는 중국과 EU 수교 50주년이자 유엔 창립 80주년”이라며 “중국과 EU의 관계가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에 한 번 있을 변화와 혼란이 얽힌 국제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역사적 검증을 감당할 수 있는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무역 전쟁에 함께 대응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EU 모두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개방과 협력을 옹호하는 건설적인 세력”이라며 “국제정세가 심각하고 복잡할수록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신뢰를 증진하며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통해 세계에 더 많은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이 현재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양측 간에는 근본적인 이해충돌과 지정학적 갈등이 없다”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거나 의존하지 않으며 통제를 받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향후 중국과 EU의 관계 발전을 위해선 상호존중, 동반자관계 지위 강화, 개방·협력 유지, 이견·마찰 관리, 다자주의 실천과 국제규범·질서 수호 등을 제안했다.
코스타 상임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자들은 “유럽이 중국과 관계를 심화하고 이견을 건설적으로 처리하며 양측 협력이 균형 있고 대등하며 상호이익이 되는 기초 위에서 긍정적 성과를 더 많이 거두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통상문제에 관해선 심각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가 중국과 무역에서 지난해 3500억 달러(약 480조원)의 적자를 보이는 등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 협력이 심화함에 따라 불균형도 심화했다”면서 “불균형 해소가 필수적이다. 양측이 각자의 우려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EU는 올해 초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맞서 밀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관세 부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등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 러시아가 유엔헌장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