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얼라이프교회는 극장처럼 꾸민 예배 공간으로 유명하다. 지역의 주축인 30대 기혼 남성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이 극장이라는 데 착안해 지어진 이 예배당엔 좌석마다 컵걸이도 부착됐다. 예배 역시 기성 교회와 다르다. 사회자 없이 자연스럽게 순서가 이어지는 간결한 형식을 취한다.
세련된 건물과 젊은 감각에 맞춘 예배가 이 교회의 전부는 아니다. 3040 젊은 부부가 대다수인 성도들은 ‘라이프 그룹’으로 명명된 소그룹에서 지역사회 섬김에 적극 나선다. 교회 내 수백 개 소그룹은 설교 내용을 토대로 매주 일상에서 실천할 항목을 정하는데, 지역의 소외 이웃을 여러 방식으로 돕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회성 아닌 꾸준한 나눔이 이어지면서 교회를 향한 지역 사회 민심도 변했다. 지역 주민이 이 교회를 ‘배운 대로 사는 교회’라고 부르는 이유다.
선교학자이자 미국 미성대(AEU) 총장인 저자가 신간 ‘리바이브 처치: 살아 움직이는 교회’(교회성장연구소)에 소개한 선교적 교회 사례 중 하나다. 선교적 교회는 영국 선교학자 레슬리 뉴비긴이 제시한 개념으로 ‘모든 곳이 선교지며, 모든 이가 선교사’란 관점이 특징이다. 북미 지역 선교적 교회 연합인 미카(MiCA)와 국내 선교적 교회 운동인 프레시무브먼트에서 각각 대표와 공동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선교적 교회 원리와 사역 구조 등을 설명한 저작을 여럿 출간했다.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삶에 필요한 10가지 주제’를 다룬 이번 책은 평신도가 주 타깃이다. 신학적 배경 없이도 선교적 교회 개념을 어렵지 않게 익히고 이를 실생활에서 적용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로 목회자를 대상으로 책을 집필해온 저자가 평신도용 교재를 펴낸 건 이제 “한국 사회 역시 선교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교세가 가파르게 축소되면서 한국교회 내 모든 세대의 교인 수가 감소했다. 특히 다음세대 이탈 현상이 현저하다.
그는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진 현재를 로마제국 국교화 이전 초대교회 상황에 비유한다. 당대 로마인 눈에 비친 초대교회 성도는 “비주류 이단 신앙을 가진 사회적 약자”에 불과했다. 허나 수 세기 후 이들은 제국의 종교를 바꾸는 마중물이 된다. 이 원인을 말씀대로 산 ‘초대교인 삶 자체’에 찾는 저자는 한국교회의 위기 역시 평신도의 삶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는 사역의 진부함 때문이 아닙니다. 교회의 존재 자체가 더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성도 한 사람의 존재 그 자체가 메시지며, 곧 선교의 수단입니다.”
국내외 선교적 교회 사례뿐 아니라 실천 원리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초대교회 교인과 리얼라이프교회 사례처럼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일 때 교회는 다시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로 회복될 것”이란 저자의 제안이 의미심장하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