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에 너무 민감?…‘수면 강박’이 되레 불면증 부른다

입력 2025-07-24 16:09 수정 2025-07-24 16:21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워치나 밴드 등 웨어러블 수면 측정 기기의 대중화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러한 기기가 불안을 유발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함께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수면학회가 최근 ‘오르소인섬니아(orthoinsomnia)’ 환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수면 상태에 대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강박으로 인해 수면 자체가 오히려 방해받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용자들은 점수가 낮게 나올 경우 그 자체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오히려 더 깊은 불면에 빠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웨어러블 수면 기기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악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우선 수면 건강을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면 데이터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기기에서 오늘 수면 점수가 낮았다는 결과를 보게 되면 불안이 커지고 그 불안이 다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불면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기기 사용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워치나 밴드 같은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EEG(뇌파)’를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수면, 렘(REM)수면 등의 세부 단계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수치에 근거해 자가 치료나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생활습관 개선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면장애가 반복되거나 수면 점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안을 느끼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분석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산소포화도, 호흡, 근전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한 수면장애를 진단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수면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경과 전문의인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24일 “웨어러블 기기는 참고용으로 활용하고 그보다 중요한 건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이라며 “기기를 사용할수록 수면이 더 불편해진다면 과감히 중단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면이 지속적으로 불편하거나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웨어러블 기기만 믿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원장은 “웨어러블 수면 기기는 불면증이 있거나 데이터에 민감한 성격의 사용자는 오히려 불안, 강박, 신체 불편감 등으로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정확하고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