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특정 민간사업자에게 공모 지침과 평가위원 정보가 사전 유출되고, 허위 사업계획으로 낙찰과 허가가 이뤄진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시행사는 실제 계획과 다른 생활숙박시설을 분양해 8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애초 기대했던 공공개발의 공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국원)는 재개발구역 경쟁입찰에서 특정 컨소시엄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공모 정보를 유출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부산항만공사 전 간부 A씨, 시행사 대표 B씨, 대기업 시공사 전 임원 C씨, 브로커 D씨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입찰, 허가, 청탁 등에 연루된 항만공사 직원과 설계사 소속 건축사 등 9명도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위증과 증거인멸 등 사법 질서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을 함께 기소했다.
수사 결과 부산항만공사는 2018년 북항 재개발사업 D-3블록 입찰 공고에 앞서 “주거형으로 변질될 수 있는 생활숙박시설을 지양하고, 특급호텔 등 집객시설을 유도하라”는 지침을 세웠다. 그러나 항만공사 전 간부 A씨는 브로커 D씨 등의 청탁을 받고 공모 지침 초안과 평가 기준 등을 B씨 측에 넘겼고 B씨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계획과는 다른 특급호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평가 고득점을 받았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평가위원 후보 명단을 넘겨 추천을 요청했고 추천된 인물 중 5명이 실제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B씨 측 컨소시엄은 최고점을 받아 낙찰받았다. 이후 사업자는 허가 직전 생활숙박시설 건축 계획을 신청했고 A씨는 마치 애초부터 생활숙박시설이 포함된 사업계획이었던 것처럼 부산시에 허위 공문을 보내 건축 허가를 유도했다.
그 결과 B씨 측은 2021년부터 분양에 나서 약 82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770억원 상당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이 가운데 540억원에 대해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마쳤다. 브로커 D씨는 청탁 대가로 150억원을 받았고, 또 다른 브로커에게는 40억원 상당의 수익을 약속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D씨의 129억원 상당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보전을 완료했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브로커 D씨가 연루된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설계사 소속 건축사 F씨와 위증을 교사한 설계사 대표도 함께 기소됐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공범은 이미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공사 전 임원 C씨는 중복 입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 건설사 명의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공공개발 사업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부정부패 범죄”라며 “공공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재개발사업에서 낙찰 조작, 허위 서류 제출, 청탁과 뇌물 수수 등 조직적 유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수익은 끝까지 환수하고 유사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