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이 대통령 “눈 의심했다”

입력 2025-07-24 14:47 수정 2025-07-24 15:00
전남 나주 소재 한 벽돌 공장에서 이달 초 스리랑카 국적 30대 이주노동자 A씨가 지게차 화물에 결박된 채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스리랑카 국적의 30대 노동자가 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내용의 영상을 두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련 영상을 올린 후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적 문화강국이자 민주주의 모범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힘없고 곤궁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회 품격을 보여주는 법”이라며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대한민국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 각지에서 고초를 겪었고, 그 수고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생업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며 글을 맺었다.

이달 초 전남 나주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 A씨(31)가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 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달 초 촬영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연합뉴스

A씨 동료들이 벌인 일이었는데,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58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A씨는 지게차 화물에 몸이 묶여 옴짝달짝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그의 동료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웃고 있다. 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허공에 매달린 A씨에게 “잘못했냐”고 물은 뒤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다그친다.

A씨는 이 같은 괴롭힘이 계속되자, 노동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A씨를 비롯해 노동자 2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나주 벽돌 공장에서 발생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연합뉴스

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이날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이번 사태 관련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를 기계나 물건처럼 다루는 반인권적 사고가 빚은 참사”라고 꼬집었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경찰에 사업장 등을 고발하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사업장에 대한 기획 감독에 즉시 착수키로 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