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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7~8살 무렵이 되면 눈동자가 뿌옇게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자들은 당장 백내장을 의심하는데요.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눈이 뿌옇다고 해서 다 백내장에 걸린 것은 아니거든요. 미국의 동물병원 연맹인 VCA에 따르면 반려견의 뿌연 눈동자는 개의 노화 및 유전적 요인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일 가능성이 큽니다.
보호막이 얇고 오랫동안 외부에 노출된 눈은 쉽게 다치고 빠르게 노화합니다. 그렇다면 노화가 진행된 개의 눈동자가 뿌옇게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단순 노화가 아니라 백내장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많은 견주가 궁금해하는 반려견 눈 건강에 대해 VCA 보고서를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백내장의 원인과 증상
백내장은 안구 내 수정체가 불투명하게 변하는 현상입니다. 수정체는 눈 안쪽의 볼록렌즈처럼 생긴 투명한 조직으로, 빛을 모아서 사물을 뚜렷하게 보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요. 눈의 구조는 마치 카메라와 같아서 수정체가 빛을 모아줘야 개도, 사람도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수정체에 백내장이 끼면 어떻게 될까요? 렌즈에 김이 서리듯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물체가 부정확하게 보일 겁니다. 뿌연 정도에 따라 시력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개가 돌연 휘청거리며 걷거나, 익숙한 공간에서 이곳저곳 부딪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인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백내장 검사를 해야 합니다.
개에게 백내장은 유전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VCA에 따르면 코커스패니얼, 래브라도 리트리버, 프랜치 푸들, 보스턴테리어, 스프링거 스패니얼 등 백내장에 취약한 견종들은 성별·연령대에 무관하게 백내장에 시달립니다. 유전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체중과 영양 과잉으로 인한 당뇨, 부상으로 인한 손상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한 백내장도 흔합니다.
백내장의 면적이 수정체의 30% 미만이거나 한쪽 눈에서만 백내장이 발현한 초기에는 백내장이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백내장 면적이 30~60%에 달하는 경우인데요. 이때부터는 시각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정체가 쪼그라들고 표면에 주름이 지기 시작합니다. 또 이 무렵에는 염증 내지 눈 안의 압력이 증가해 큰 고통을 주는 녹내장 등의 합병증도 발현될 수 있습니다. 특히 녹내장은 안구 적출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서 초기 백내장 혹은 염증 단계에서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후 백내장 면적이 수정체를 100% 채우거나 합병증으로 인해 녹내장이 발현하면 개는 시력을 잃습니다.
눈이 흐릿하면 백내장? 아닙니다
눈이 흐릿하다고 해서 무조건 백내장이 발현됐다거나 곧 실명할 것이라고 속단해선 안 됩니다. 노령견의 눈이 흐릿하다면 노화로 인해 수정체가 자연스럽게 혼탁해진 핵 경화증 혹은 수정체 경화증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것으로 실명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백내장과 노화로 인한 뿌연 눈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안과 전문 수의사가 전문 장비를 사용해서 구별합니다. 안과 전문 수의사가 안과경이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반려견의 눈을 들여다보고 내부 구조를 평가하는데요. 이때 수의사는 수정체의 불투명도 원인을 분석한 뒤 백내장 혹은 노화 현상을 구분합니다.
백내장의 치료 및 예방 방법은?
일반적으로 백내장은 수술로 제거합니다. 수술받은 반려견은 대부분 합병증 없이 완치되며, 며칠 안에 문제 없이 뛰놀 수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전문 동물 안과 수의사에게 연락해 상담과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습니다. VCA 보고서에 따르면 백내장에 대한 약물 처방은 대표적 합병증인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백내장을 앓는 개에게는 보통 항염증성 안약이 처방되는데요. 이 약물은 백내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합병증인 염증 혹은 녹내장을 예방합니다.
다만 당뇨병에 따른 백내장에 한해 악화를 방지하는 약물이 개발됐습니다. 알도즈 환원효소 억제제(ARIs)라고 불리는 해당 제품군은 점안약 형태로 출시되며, 하루 2~3회 개의 안구에 넣어주면 백내장의 발현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백내장은 유전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백내장이 발현된 개는 번식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VCA는 지적합니다. 또 백내장의 진행 상황은 개체마다 다르므로 보호자가 평소 유심히 반려견의 눈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개들은 생후 1살도 채 안 된 이른 시기에 백내장이 발현되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10살 넘는 노령견이 되고도 합리적인 시력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당뇨 합병증으로 발현된 백내장은 악화 속도가 빠르니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