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성기 사진 보냈는데 “교권 침해 아냐”…이유는

입력 2025-07-24 14:28 수정 2025-07-24 14:45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SNS로 성기 사진을 보냈으나 지역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이를 두고 “교육 활동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보위는 사건 발생 시점이 방과후이기 때문에 교육 활동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24일 전북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음란한 내용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 익명의 발신자가 보낸 DM에는 성기 사진과 성희롱 발언이 포함돼 있었다. 캡처가 불가능한 데다가 자동 삭제되는 ‘폭탄 메시지’ 기능으로 인해 증거 확보조차 쉽지 않았다.

A씨는 DM을 보낸 학생이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얘기한 후에야 가해자를 알게 됐다. 이 학생은 “선생님을 좋아해서 그랬다”며 A씨에게 사과하고 범행을 인정했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정상적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A씨는 우선 가해 학생의 반성문을 받아 이 같은 사실을 학교에 전달했다. 학교 측은 즉각 A씨와 가해 학생을 분리하고 관할 교육지원청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다.

그러나 교보위는 이 같은 행위를 교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가 사적 채널일 뿐만 아니라 해당 DM이 ‘교육 활동 시간 외’에 보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그간 학생들을 상담하는 데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해왔다.

교보위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사건을 중대사안으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추행, 강간, 공연음란 등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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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정에 지역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날 “교사의 인격과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면죄부를 준 교권보호위원회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교원지위법과 교육 활동 침해 조치 기준에 따라 명백한 침해 행위이며,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북교총 또한 “해당 SNS는 교육 목적의 소통 채널로 사용됐으며,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니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지역교육청은 “교보위의 결정에 법적으로 귀속되므로 행정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나, 본 사안은 교육 활동 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해 해당 고등학교에 학교생활교육위원회를 개최하고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