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무엇인가.” 기독교인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대체로 ‘하나님 말씀이 담긴 책’이란 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성경 속 이야기는 실화인가” “성경 내용을 문자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가” “같은 본문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른 이유는 뭔가”…. 반응은 둘 중 하나로 갈릴 것이다. 질의를 환영하며 열과 성을 다해 답하거나, 아니면 그 자체를 회피하거나.
미국 루터교 목사이자 구약학자인 저자는 교회의 대체적 정서가 후자인 데 안타까움을 표한다. 성도뿐 아니라 교회 지도자조차 성경과 신학에 관한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면 종종 당황하거나 머뭇거린다”는 것이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루터교 신학교와 시카고대 등에서 구약학 강의를 해온 그는 기독교인을 “(하나님에 관한) 질문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은 존재”라고 본다. 성경엔 질문을 지렛대 삼아 질문자를 “더 깊은 신앙의 신비로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과 주변에서 제기되는 “질문을 억누르는 건 기독교인이 감당해야 할 사명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단언한다.
책에는 저자가 강단과 교회에서 자주 접한 질문 35개와 그 답변이 실렸다. 이들 질문엔 성경 사건의 진위와 성경의 무오성, 성경과 과학 간 관계 등 신학적 쟁점이 폭넓게 담겼다.
성경의 모든 내용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를 묻는 말엔 물고기 배에 들어간 선지자 이야기로 유명한 요나서와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는 “요나서는 하나님과 인간, 그 관계에 관한 진리를 논하는 책”이라며 “설령 (이야기 전개에) 허구가 있다고 하더라고 하나님에 관한 진리를 전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한다. “유대 문헌 전통엔 실존 인물에 상상력을 덧붙인 이야기로 진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는 게 그 근거 중 하나다. 이어 “예수의 비유 역시 실제 사건은 아니”라며 “성경은 시와 편지 등 다양한 문학 형식과 각종 비유가 등장한다. 형식과 관계없이 성경의 모든 글은 진리를 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경 무오성(無誤性)을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은 책으로 모든 내용이 정확하진 않지만 신앙 및 구원에 관련해선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설하며 ‘성경 무류성(無謬性)’과는 거리를 둔다. 성경 무류성은 “성경이 모든 측면에서 단 하나의 오류도 없다”는 의미다. 그는 “대다수 신자가 성경을 하나님과 인간이 참여해 만든 책으로 인정한다”며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알고도 함께 일하는 모험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성경 저자들이 어떤 오류도 없이 기록했다고 주장하는 건 후대의 독자”임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성경 내용을 참된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자는 “지난 150년간 이뤄진 고고학 발견과 학문적 성과는 분명 성경 이해에 도움을 줬지만 확실한 해석을 가능케 할 정도는 아니”라며 아직 “결정적인 방식으로 성경의 진실성을 증명할 순 없다”고 밝힌다. 다만 “믿음의 선조는 성경이 전하는 말이 참되다는 걸 삶으로 체험한 이들”이라며 수많은 이의 삶을 바꾼 성경의 힘을 강조한다.
해석상 차이가 생기는 이유로는 “각자의 신앙 배경과 교육 수준, 성별과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백지상태로 성경을 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성경이 무언가를 말한다는 주장엔 하나의 견해가 들어간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한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처럼 단일 사안에 상반된 두 시각을 담긴 본문(딤전 2:12~14, 롬 5:12~15)을 해석할 땐 “특정 해석에 절대성을 부여하기보단 여러 해석 가능성 가운데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릴 것”을 권한다.
‘목회자의 마음을 지닌 성경학자’란 저자의 별명에 걸맞게 일반 성도의 눈높이에 맞춰 어렵지 않게 쓰인 성경 해설서다. “성경은 깊고 어려운 질문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되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자세를 지니라”는 그의 조언은 목회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