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보이스피싱과 마약 등을 조준한 ‘민생 범죄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킬 대책을 마련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봉욱 민정수석이 관련 범죄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4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봉 수석은 보이스피싱, 마약, 자살 등 범죄 현황을 파악해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차례 보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이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민생범죄와의 전쟁은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수보 회의 등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참모들과 정부 당국자들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보이스피싱 급증, 마약 범죄, 전세사기 등 민생범죄에 관심이 많다”며 “각종 회의에서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목한 주요 범죄는 최근 서민 피해의 핵심 요인으로 떠올라 대책 마련의 시급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여기에는 최근 불거진 인사 문제 등 부정적 이슈를 조기 차단하고 60%대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회의 음지를 소탕하는 민생 범죄 중점 단속은 과거 정부에서도 지지율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조직폭력배를 소탕, 군사정권 출신 대통령이란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숙청으로 국정 수행 지지도를 높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천명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대책이 마련된 이후엔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등 네이밍으로 본격 치고 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른 민생 문제 해결도 각별히 당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김혜경 여사와 함께 새로 임명된 국무위원들과 차담하는 자리에서 산업재해·자살사고 등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왜 이렇게 죽는 사람이 많으냐.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며 관심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사람들이 먹고살려고 직장에 갔는데 죽음의 현장이 돼서야 되겠느냐. 너무 안타깝다’고 수차례 언급했다”며 “소년공 출신으로 어려운 성장 과정을 겪어 민생 문제에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