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한국 미기록 아·열대성 난초 첫 발견

입력 2025-07-24 09:44 수정 2025-07-25 13:24
제주에서 진행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생태계 모니터링 과정에서 난초과 유령란속 미기록 후보종 식물인 가칭 '방울 유령란'이 첫 발견됐다.

제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열대·아열대성 난초가 발견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 서귀포 지역의 저지대에서 난초과 유령란속 미기록 후보종 식물인 가칭 ‘방울유령란’(Epipogium roseum)을 첫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방울유령란은 엽록소가 없는 부생식물로, 지상부의 생육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다. 뿌리줄기가 덩어리 모양이고, 잎술꽃잎이 대개 아래쪽에 있다. 일본 상록수림이나 중국 남부, 대만, 인도, 말레이시아와 같이 더운 지방에 분포하는 열대·아열대성 식물이다.

방울유령란이 발견된 곳은 바다 인근 상록활엽수림이다. 철새 이동과정에서 새의 분변 등을 통해 씨앗이 옮겨져 토양에 묻혀 있다가 적절한 기후 여건이 형성돼 생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로, 연구소 측은 사계절 관찰 과정을 통해 생태적 특징을 확인했다.

이번 제주에서의 발견은 기후변화 가속화로 이 식물의 분포가 한반도 남단까지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방울유령란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 느영나영복지공동체가 공동 추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계절 식물 모니터링과 종자 수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임은영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에서 새로운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은 식물지리학은 물론 기후생태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자생지 조사와 분류학적 검토를 거쳐 학술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사는 “방울유령란은 제주의 지리를 잘 아는 시민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시민과학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생식물은 죽은 생물체나 유기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생태계에서 분해와 영양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