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화물에 스리랑카인 묶고 조롱…“잘못했다고 해”

입력 2025-07-23 21:49 수정 2025-07-23 21:57
전남 나주 소재 한 벽돌 공장에서 이달 초 스리랑카 국적 30대 이주노동자 A씨가 지게차 화물에 결박된 채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연합뉴스

전남 나주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 30대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 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23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에 따르면 나주 소재 벽돌 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31)는 7월 초 화물에 몸이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가혹 행위를 당했다. A씨 동료들이 벌인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58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A씨는 옴짝달짝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동료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웃고 있다. 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허공에 매달린 A씨에게 “잘못했냐”고 물은 뒤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다그친다.

A씨는 이 같은 괴롭힘이 계속되자, 노동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A씨를 비롯해 노동자 2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 관계자는 “천인공노할 일이 산업 현장에서 벌어졌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은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유린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영상으로 확인한 가해 노동자들을 조만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