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민원 대응 안이하면 엄중 문책”… 군기 잡는 대통령실에 코레일 ‘긴장’

입력 2025-07-24 05:00 수정 2025-07-24 05:00

한국철도공사와 부처 등에 하달된 대통령실 호우 관련 지시사항이 과거보다 구체적이어서 직원들 사이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닷새간의 폭우로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민원 대응에 소홀할 경우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긴장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8일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에 “비가 많이 옴에 따라 산사태가 우려되니 도로·철도 주변 등 산사태 우려 지점에 대해 특별점검을 1회 더 실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실 지시사항이 전달됐다. 또 “호우와 관련된 민원 접수 시 그 사실을 확인해 보고하고 즉각 조치. 민원을 무시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게 밝혀지면 엄중 문책”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이 문장들은 굵은 글씨체로 표시돼 있었다.

코레일 직원들 사이에선 근래의 대통령실 지시사항과 비교하면 해당 지시 사항이 더 구체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등의 당위적인 지시사항은 내려왔지만 이번처럼 특별점검을 몇 회 더 실시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랜만”이라며 “특히 민원을 무시하면 문책하겠다는 내용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처 관계자도 “재해가 발생할 때면 점검을 철저히 하라는 등의 지시사항이 있었고 매년 대비·수습 작업은 열심히 해왔다”면서 “다만 지시사항이 이렇게 구체적인 건 이례적이라 이번에 복구 작업을 하러 현장에 나갈 때 더욱 긴장감이 생기는 건 맞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7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전달한 호우 대비 지시사항이 너무 빈약했던 적이 있어 대비된다는 말도 있다. 당시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16글자짜리 대통령실 지시사항이 부처,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하달된 것이 알려지자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