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31)씨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3년 봄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페이백 50만원을 약속받고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고가의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등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지키고 3개월 뒤 돈을 받으러 찾아갔지만 해당 매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10년 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휴대전화 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예고 없이 시행되는 ‘대란’을 잡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통법 도입 이전 시장에서 횡행했던 사기 수법도 함께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전 불건전 판매자에 의한 사기 피해 중 가장 빈번했던 유형은 ‘후불형 페이백’ 방식이다. 공시지원금의 경우 지원금이 일정 액수로 고정되는 만큼 판매자와 소비자가 지원금 규모를 두고 다툴 일이 없었지만, 단통법이 사라진 이후로는 지원금을 얼마를 주든 판매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는 지원금 규모를 높여 실구매가를 낮추는 대가로 고가 요금제, 부가서비스, 개통 유지 등 조건을 줄줄이 요구한다. 우선 고가에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이런 조건을 일정 기간 지키면 그때 일정 금액을 현찰로 돌려주는 게 후불형 페이백의 기본 구조다. 그런데 과거 정작 페이백 시기가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주지 않거나, 매장을 폐쇄하고 잠적해 다른 곳에 매장을 여는 등 일이 적지 않았다. 페이백에 대한 내용은 계약서에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피해 회복이 어렵다.
개통 작업을 도와주겠다며 신분증을 맡기라고 요구하는 곳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네이버 밴드, 카카오 오픈채팅 등 폐쇄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판매점 중 다수가 개통 전 신분증을 맡기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통상 ‘좋은 보조금 정책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개통해 준다’는 명분을 댄다. 하지만 맡겨진 신분증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는 판매자에게 신분증까지 넘겨주면 사실상 본인인증 수단 전체를 건네준 꼴”이라고 말했다.
계약이 체결되고 한참 뒤에 피해가 발생하는 이런 유형의 사기 특성상 피해자의 선제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여러 유통점의 가격을 비교해보고 지나치게 저렴한 곳은 애초에 의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액 지원금은 판매자가 벌어야 할 수익 일부를 리베이트로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곳은 애초에 사기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00만원짜리 휴대전화의 정상적인 지원금이 30만원이고 해당 휴대전화를 팔았을 때 판매자가 얻는 수익이 30만원이라면, 40만원 이하로는 가격이 형성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