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문턱 못넘은 ‘尹절연’ 1호 혁신안…동력 꺼진 혁신위, 좌초 수순

입력 2025-07-23 18:23 수정 2025-07-23 18:24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과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2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다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두 차례 연기 끝에 23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종료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반대 당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횡 등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당헌에 명시하자는 1호 혁신안도 의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쇄신보다는 대여투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동력을 잃으면서 사실상 조기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의총을 마친 후 언론에 “우리 당이 지금 정말 마지막 기회이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다시는 우리에게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며 “탄핵의 강을 제대로 건너느냐, 합리적 보수로 자리 잡느냐, 아니면 극우정당으로 쇠락하느냐 등 이 문제가 우리 당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반대 의견이 나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숙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이 있었다”며 “(1호 혁신안) 발표한 지 2주가 지났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쉽다”고 전했다. 대여 공세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냐는 질의에는 “지금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눈높이는 정당 문 닫으라는 것”이라며 “절절하게 사죄하고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것을 국민들께 인정받지 못하면 나머지 모든 활동이 얼마나 가 닿을지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의총에서) 지금은 부적절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인선에 대한 문제 제기나 수해 복구 등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시기 아니냐는 의원들의 발언이 있었다”며 “윤 위원장은 혁신안 전반에 대한 얼개와 생각을 말했고, 의원들이 개별적 안에 대해 질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윤 위원장이 발표한 인적 쇄신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추가적인 의총 개최 여부에 대해 “당 지도부가 판단해야 하는 것 같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추가 의총은 어렵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에서 21일로 미뤄졌던 의총은 수해를 이유로 취소됐다가 이날 오전이 돼서야 열렸지만, 윤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1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지도부 측은 윤 위원장이 의총 참석 여부를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윤 위원장은 지도부 측이 의총에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후 의총도 의원 참석율이 저조한 가운데 혁신안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 없이 마무리됐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안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의원들한테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비상대책위원와 혁신위원장이 서로 엇박자만 냈다”며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