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혀 깨문 성폭행 저항' 최말자 씨 무죄 구형… 61년 만의 사과

입력 2025-07-23 18:23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연합뉴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 씨에 대해 검찰이 재심 첫 공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검찰은 법정에서 공식 사과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현순)는 23일 오전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최 씨의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을 동시에 진행했다. 재판부는 앞서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으며, 이날 검찰은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구형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맞서 정당하게 저항한 것이며 위법하지 않다”며 “정당방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피해자를 범죄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2차 피해로부터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당시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최말자님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변호인과 여성단체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 씨는 1964년 만 18세였던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 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그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가해자인 노 씨는 강간미수 혐의가 제외된 채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2020년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검사의 불법 구금 및 자백 강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사건을 파기환송 하며 “검찰 수사 과정에 위법이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부산고법은 올해 2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나든 그날의 사건에 대해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에 마침표를 찍고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인권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과거에도 지금도 무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오판을 바로잡는다면 선배 변호인들이 남긴 미완의 변론을 완성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0일 오후 2시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