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아 외국인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3사 모두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제전화 혜택을 제공하거나 가입 절차를 간소화한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전체 휴대전화 회선 수가 인구 수를 넘은지 오래고, 한때 ‘돈 줄’ 역할을 하던 5G 가입자 수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향후 5년 내 30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이동통신 업계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자리잡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LG유플러스는 한국에 90일 이상 머무는 외국인을 겨냥해 ‘전용 프로모션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23일 밝혔다. 해당 요금제는 월 3만7000원에서 8만5000원의 가격대로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며, 데이터를 모두 소진할 경우 제한된 속도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외국인 가입자의 특성을 고려해 무료 국제전화와 부가서비스를 통한 로밍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해당 요금제는 프로모션 성격으로 판매하며, 오는 12월 29일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다른 두 통신사 역시 외국인 가입자 전용 요금제를 이미 판매 중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공식 온라인몰 ‘T 다이렉트샵’에서 외국인 셀프 가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점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다국어 상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입 시 한시적으로 월 요금을 할인해주는 혜택도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인 고객의 경우 부가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국내 유심으로 한국번호와 중국번호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KT는 지난해 외국인 전용 ‘5G 웰컴 요금제’ 3종을 출시한 후 프로모션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월 3만9000원에서 5만9000원 사이 요금제에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고, 역시 데이터 소진 시 제한된 속도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월 5500원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200분까지 국제전화 이용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여기에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가입자에게는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거나 데이터 속도를 높여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신규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723만 회선으로, 한국 전체 인구 수를 훌쩍 넘어섰다. 통신사의 수익원이던 ‘5G’ 요금제 가입도 정체기를 맞았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5G 단말기 회선은 총 3700만 회선으로, 전체 가입자의 약 64%를 차지했다. 여기에 국내 알뜰폰 가입자도 사상 첫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수요가 쪼개지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수는 꾸준하게 늘어나 이동통신 업계의 신규 고객으로 공략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19년 252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었다가 2021년 196만명으로 감소했고, 2022년 225만명, 2023년 251만명에 이어 지난해 265만명까지 늘어났다. 비율로는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도 204만명에 달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휴대전화 가입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들을 가입자 둔화세를 타파할 ‘성장 발판’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차원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유치에 집중해보자는 의견이 나온다”며 “외국인 가입자를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또 하나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