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국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메타나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펴지 못하게 미국 시장 접근과 관세 위협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브라질, 한국, 유엔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빅테크 관련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는 25일 한국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2+2 통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빅테크 규제 문제도 협상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양국 간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캐나다는 기업의 온라인몰, 온라인 광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사 정보와 관련된 매출에 3%의 세금을 부과하려 했다. 독일은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다 사실상 접은 상태다. WSJ는 “미국 빅테크 산업의 지배력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WSJ는 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배경에는 수년에 걸친 업계 로비가 있었다고 전했다. 메타와 구글에서 일했던 홍보 컨설턴트 누 웩슬러는 WSJ에 “빅테크 의제는 곧 ‘아메리카 퍼스트’와 관련된 것이라는 프레임을 잘 구축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MS, 오픈AI 등은 트럼프의 취임식 기금에 각각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메타CEO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CEO 순다르 피차이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잇따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된 주제가 바로 해외 규제 정책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많은 국가들은 이런 빅테크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과 매출을 자국 내 과세 대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위정보 대응, 아동 보호,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도 온라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성장한 빅테크 산업에 정부가 과도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와 빅테크·암호화폐 업계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부는 혁신적인 미국 기업을 해외 불공정 관행으롤부터 보호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