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가 시장 소유 땅에 건축 허가를 내기 위해 인근 제방을 ‘건축법상 도로’가 되도록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양산시는 제방의 폭을 허위로 넓혀 도로로 만드는 등 법령을 무시했으며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감사원이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3년 공직비리 기동감찰 II’ 결과에 따르면 양산시는 2019년 법령을 위반해 하천 근처의 김일권 전 양산시장 땅 옆 제방을 도로로 지정했다. 건축법상 도로는 폭 4m 이상이어야 하고 하천관리청과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산시는 하천관리청인 경상남도와 별다른 협의 절차를 생략했으며 내부 협의를 통해 서류 문구를 조정하고 도로 지정을 강행했다.
김 전 시장이 소유한 토지는 본래 건축이 불가한 ‘도로 없는 땅’으로 분류됐다. 이 땅이 건축허가를 받게 된 시작점에는 김 전 시장 땅의 바로 옆 토지를 소유한 A씨가 있었다. A씨의 땅은 김 전 시장의 땅처럼 양산천 제방과 붙어있었는데, 그는 2019년 이 땅에서 소매점을 차릴 것이라며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A씨의 토지 옆 제방은 너비가 3.1m에 불과해 도로가 될 수 없었다. 이에 양산시는 제방의 폭을 6m 이상이라고 허위 작성해 도로로 지정했다. A씨의 땅에 대한 건축허가도 이뤄졌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김 전 시장 땅의 건축허가도 수월해졌다. 김 전 시장의 아들 B씨는 2020년 김 전 시장을 대신해 그의 토지를 휴게음식점 용도로 건축허가 신청했다. 양산시는 B씨의 신청도 그대로 허가했다. 같은 해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제방 확장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편성되지 않자 전혀 관계없는 ‘공암삼거리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사업’ 예산 1억302만원가량을 투입하기도 했다. 다만 2021년 KBS의 특혜 보도가 나온 후 B씨는 건축허가 신청을 취소했고 양산시도 허가를 철회했다.
감사원은 건축허가 과정에서 양산시 직원들이 A씨의 땅과 김 전 시장의 땅이 인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토지에 건축허가가 이뤄지고 도로 확장으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공시지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땅은 건축허가 전 2억9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감사원은 A씨와 김 전 시장의 땅이 붙어있다는 걸 알고도 건축허가를 내주는 등 불법 행위를 한 양산시 직원에 대해서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산시는 이와 관련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