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날려버릴 이웃사랑, “복음과 함께 시원함을 선물합니다”

입력 2025-07-23 16:23 수정 2025-07-23 17:32
수영로교회가 지난 17일 쿨링키트 300개를 제작해 폭염 취약계층에게 전달했다. 교회 제공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시원한 섬김이 교회 밖 이웃에게 그늘이 돼 주고 있다.

지난 17일 사회복지센터 부산희망드림센터에는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라고 적힌 하늘색 상자가 전달됐다. 이 상자는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가 폭염 취약계층을 위해 제작한 쿨링키트였다. 쿨링키트에는 휴대용 선풍기, 아이스타월, 냉각 티슈, 냉감 티셔츠 등이 복음의 메시지와 함께 담겼다. 교회 60세 이상 시니어세대들이 부산 지역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가정, 택배 종사자 등 더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300개의 쿨링키트를 제공한 것이다.

긍휼영역 총괄 박정권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해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이런 시기에 가장 어려운 이가 누구일지 생각했다”며 “폭염 취약계층에게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작은 꾸러미지만 이것이 이들의 영과 육을 살리는 상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른사랑의교회의 카페 ‘카페제이’를 운영하는 임세휘 부목사가 지난해 여름 지역 독거노인 가정 에어컨 설치에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교회 제공

불볕더위에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교회도 있었다. 서울 영암교회(유상진 목사)는 지난 16일 사랑의전화, 안암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력해 1인 가구에 냉방용품을 제공했다. 대림절 기간 모아진 ‘밀알헌금’을 구제 사역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올해는 교회 고등부와 함께 냉방용품을 전달할 때독거노인 어르신을 찾아뵙고 안부를 묻는 ‘사랑나눔 프로젝트’와 연계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푸른사랑의교회(김경옥 목사)에서 운영하는 교회카페 ‘카페제이’는 25일 지역 내 취약 계층과 독거 노인 160가정에 여름철 침구인 인견 이불을 선물한다. 카페 손님들의 후원금에 교회 재정이 더해져 가능했다. 임세휘 부목사는 “된더위를 어렵게 버티는 이웃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카페는 2023년부터 2년간 지역 독거 노인 25가정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다.

교회의 작은 배려가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쉼을 제공하기도 한다.

빛고을광염교회 교인들이 지난달 광주의 한 고물상에서 고물상 관계자, 폐지수집 노인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회 제공

광주 빛고을광염교회(박이삭 목사)는 9년째 여름 휴가철마다 폐지 수집 어르신들에게 ‘광염휴가비’를 전하고 있다. 교인들이 직접 현금 10만 원을 봉투에 담아 선물하는 사역이다.

편지에는 ‘더위 속에서도 폐지를 모으시며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시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며칠간이라도 일손을 놓고 시원하게 쉬시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한국교회의 사랑이 담긴 휴가비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올해만 11명의 어르신이 이 선물을 받았다. 박이삭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에 “최근 폭우로 폐지수집 어르신들도 일할 시간을 빼앗겨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삶의 용기를 얻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산감리교회가 매주 금요일 아침 출근길 시민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차 나눔' 사역. 교회 제공

원주 봉산감리교회(이은복 목사)는 2년 전부터 출근길 시민을 위한 ‘차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교인들은 매주 금요일에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200여잔의 음료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계절에 따라 제공되는 음료도 달라지는데 지난달 13일부터는 차가운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은복 목사는 “코로나 이후 ‘교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거리에 나서게 됐다”며 “처음에 음료를 거부하시던 이들도 이제는 기분좋게 받으신다”며 소회를 밝혔다.

박윤서 김동규 신은정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