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본에 상호관세 15%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에 타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과의 협상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약속 받고 관세율을 10%포인트나 인하했다. 양국의 무역 협정은 미국과 막판 협상 중인 한국 정부에도 중요한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방금 일본과 대규모 합의를 완료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협의 중 최대 규모일 것”이라며 “내 요청에 따라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며,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일본에 상호관세 15%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일본에 대한 관세 서한에서는 관세율을 25%로 책정했지만,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자 10%포인트나 인하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행사 연설에서 알래스카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는 일본과 여기서 소리치며 협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바이든이 이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협상은 없고, 우리는 예전처럼 그냥 뜯기기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이날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세부 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고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는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일본까지 총 5개국으로 늘었다. 이중 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19%, 베트남은 2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무역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 정부도 협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대미 무역 흑자가 크고 자동차 등 주요 상품을 수출하는 경쟁국이어서 일본의 협상 내용은 한국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찾아 미국 측 카운터파트에 협상에 나섰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2+2’ 통상협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