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안 낸 애들 부르던 감성” 민생쿠폰 ‘지급액 기입’ 논란

입력 2025-07-23 10:36 수정 2025-07-23 13:44
지급액이 표기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1일 신청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민생쿠폰)의 지급액 기입이 논란이다. 선불카드의 경우 카드 앞면에 지급액이 표기되는데, 이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한부모가족 등이 구분돼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광역시에서 지급한 민생쿠폰 선불카드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 속 선불카드의 지급액은 43만원으로, 이는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지원받는 금액이다. 사진을 게시한 A씨는 “충전금을 왜 적어 놓나 창피하게”라며 “개인 사정으로 자존감이 바닥인데 내 입장에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깐 이해를 좀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생쿠폰 선불카드에 기입된 지급액으로 카드 사용자의 경제 수준이나 혼인 여부 등 개인정보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1차 민생쿠폰 지급액은 일반적으로 1인당 15만원씩 지급된다. 다만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족에게는 30만원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40만원이 지급된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3만원이,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를 바탕으로 선불카드에 지급액이 ‘35만원’으로 적혀있으면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족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수 누리꾼은 A씨의 아쉬움 표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행정 편의 향상을 위해 카드 사용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과거 학교에서 급식비 안 낸 애들 이름 부르던 감성과 다를 것 없다” “신경 안 쓰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수급자라고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다” “급식카드도 이름이 적혀 있어 아이들이 쓰기 꺼렸다”고 반응했다.

아직 민생쿠폰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누리꾼은 “금액이 표기된다니 선불카드 대신 온라인으로 신청해야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도 “남들은 신경 안 쓴다지만 카드를 내미는 사람은 신경이 쓰인다” “굳이 수급자인 걸 밝히고 싶진 않다”고 호응했다.

다만 지급 금액이 다양한 만큼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속한 지급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 누리꾼은 “카드를 나누어줄 때 금액이 잘못 지급되면 더 큰 문제”라며 “지급액을 스티커로 가리거나 칼로 긁어내 사용하면 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