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온’ 방산업계, 인력 채용도 대폭 늘렸다… 홀로 뒤로 간 KAI

입력 2025-07-23 09:51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국내 주요 방위산업 업체들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촉발된 안보 이슈 부상이 각국의 대대적인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면서 탄약 장갑차 함정 미사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출과 신규 수주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방산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재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KAI)·현대로템·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4사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4사의 임직원 수는 2만184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방산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한 2022년 1만6227명 대비 34.5%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직원 수가 가장 많이 늘었다. 2022년 3678명에서 지난해 7666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예전 인력 규모는 방산 4사 중 3위 수준이었으나 1위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력이 급증한 이유로는 방산 계열사 합병과 신규 채용 대폭 확대 등이 꼽힌다. 회사는 항공·우주·방산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11월 한화디펜스, 지난해 4월에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한 바 있다. 또 신규 인력 채용 규모도 크게 늘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기준 30대 미만 직원(정규직·비정규직 포함)이 277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1208명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현대로템 차륜형장갑차. 현대로템 제공

LIG넥스원과 현대로템도 직원 수도 증가했다. LIG넥스원은 2022년 3843명에서 지난해 4891명으로 27.2%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3587명에서 4190명으로 600명 가까이 늘었다. 두 회사 역시 30대 미만 인력이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에 공을 들인 결과 20대 직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군비증강 기조가 확산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01억원으로 2023년 7조8897억원보다 42.5% 증가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 3조2763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유럽 재무장 계획 등으로 추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KAI만 이런 기류와 반대로 갔다. KAI는 2022년 5119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5093명으로 유일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3조6337억원)과 영업이익(2407억원)도 전년보다 각각 4.9%, 2.8% 감소했다. KAI 관계자는 “KF-21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2년까지 인력을 늘렸고, 최근 마무리 단계 접어들면서 수급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정치권의 바람을 타는 경영진 인선 구조가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KAI는 외형상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 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강구영 사장이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4일 수출입은행을 찾아 사의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다 보니 장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완전한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