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인 ‘매터’의 도입으로 기기 간 호환성이 대폭 개선되고, 인공지능(AI) 가전이 각광을 받으면서 스마트홈 시장이 가전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중국 가전 업체들도 자체 플랫홈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끊이지 않는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샤오미의 스마트홈 기술과 관련한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샤오미의 전자제품을 스마트홈 플랫폼과 연결하는 앱 ‘미 커넥트’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며 즉시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KISA는 해당 앱에 사용자 인증 절차를 우회하고 공격자가 기기 제어 권한에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버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 역시 지난 2일 해당 앱의 보안 취약점이 치명적이라고 판단해 ‘긴급 보안 경고’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측은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당국의 지적이 나온 이후에야 뒤늦게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샤오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에 “KISA와 인도 정부에서 제기한 보안 이슈를 기술팀에서 면밀히 검토했다”며 “지적사항들을 반영한 보안 강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점 역시 문제다. 샤오미 측은 “오는 24일까지 보안 문제를 해결한 앱이 전 사용자에게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23일 현재까지 샤오미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미 커넥트 보안과 관련한 공지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가전 기업들은 너도나도 스마트홈 기술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샤오미의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미 홈’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0만명으로, 출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하이센스도 지난 5월 구글의 새로운 홈 API를 자사의 커넥트라이프 앱에 통합, 타사의 스마트홈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마트홈의 ‘사령부’로 불리는 TV 시장에서도 지난해 중국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이 삼성전자·LG전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반면 ‘미 커넥트’ 사례와 같이 스마트홈 환경의 필수 과제인 보안 문제에는 소극적이다. KISA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사물인터넷(IoT) 제품 보안인증 제도가 도입된 이후 중국 기업이 인증을 신청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샤오미나 하이센스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하는 정보보호 공시제도 대상에서도 제외돼 보안 시스템 수준이나 침해 대응 체계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