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관세 자체를 좋아한다…철강·자동차 관세 완화 힘들 것”

입력 2025-07-23 06:25 수정 2025-07-23 06:57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통상 협상을 담당했던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관세 자체를 좋아한다”며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본 전 대표대행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특파원단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부과한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품목 관세를 조정해줄 여지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철강 관세와 자동차 관세 그리고 다른 232조 관세들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조치로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더 많은 접근을 허용하는 것에 매우 신중할 것”이라며 “적어도 232조와 관련해서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뭔가를 허용한다면 일본과 유럽연합(EU)에도 같은 조치를 허용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5% 이하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행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본 전 대행은 그러면서 “미국이 철강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일부를 계속 내어주는 데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는 철강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며 “2028년 대선에 출마하는 누구라도 철강과 자동차 산업 보호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전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언제나 협상할 의지가 있다. 하지만 그는 관세를 좋아한다. 관세 대신 협상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대통령이 관세보다 더 좋아할 만한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협상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관세 자체를 좋아한다. 만약 관세보다 더 나은 것을 제안한다면 고려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관세에 만족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경제와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더 강하고 부유하며 행복한 미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본 전 대행은 한국의 방위비 지출 확대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유럽인들은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얘기한다”며 회의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 역시 관세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매년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전에는 흑자가 더 작았지만, 협정 이후 훨씬 더 커졌다”며 “한국이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면 사실 그것은 이미 하려던 일이지 양보가 아니다. 미국에 더 투자하겠다는 말로 관세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본 전 대행은 전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합의의 시점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낮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있다. 그래서 미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선트 장관의 말은 미국이 현재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으며 단지 합의를 위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본 전 대행은 “우리는 자유무역을 해봤고 어떻게 됐는지 봤다. 우리는 더 많은 선박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거의 모든 조선업을 잃어버렸다”며 “이제 미국은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37조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올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아마 1조 달러를 넘길 것이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는 반드시 균형 잡힌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본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함께 함께 일했다. 2017년 미 상원이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임명 인준을 미루는 사이 USTR 대표대행을 했고, 2019년까지 USTR 법률고문을 지냈다. 본 전 대표는 현재 무역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 USTR 대표로 관세 협상 중인 제이미슨 그리어와도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워싱턴=글·사진 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