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찾아갔지만…트럼프, 필리핀에 관세 1%포인트 ‘찔끔’ 인하

입력 2025-07-23 05:49 수정 2025-07-23 07: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필리핀에 19%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까지 찾아왔지만, 관세율은 기존 관세 서한에서 밝힌 20%에서 1%포인트만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필리핀이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필리핀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해 관세는 0%가 되고, 필리핀은 19%의 관세를 (미국에) 지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 입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군사적으로도 협력할 것”이라며 “(마르코스)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 그는 매우 훌륭하고 강단 있는 협상가”라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애초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엔 17%에 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최근 관세 서한에서는 20%로 상향된 관세를 통보받았다. 이후 이날 정상회담 이후 19%의 관세를 최종 통보받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협정을 타결한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20% 안팎의 관세율에 합의했다. 필리핀에 앞서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인도네시아는 상호관세율을 32%에서 19%로 낮추는 대가로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베트남도 20%의 관세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협정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산업 및 기술 제품과 농산물에 대해 99%의 관세 장벽을 철폐해 자유 시장을 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미국은 미국산 제품을 인도네시아에 관세 0%로 판매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인도네시아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국의 모든 제품에 대해 19%의 관세를 지불하게 된다”고 적었다.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인도네시아와의 무역협정 관련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제품의 인도네시아 현지 부품 사용 요건을 면제하고, 미국 자동차의 안전 및 배출가스 기준 완화, 미국산 화장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특정 요건 면제 등 비관세 장벽도 완화했다. 또 미국산 식품과 농산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비관세 장벽도 해소하기로 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농산물 45억 달러, 액화석유 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제품 총 150억 달러, 항공기 32억 상당을 구매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합의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99% 이상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0으로 낮추고 미국에 대한 모든 비관세 장벽도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디지털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는 데이터의 유통을 과세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전자상거래 관세 유예를 즉시 조건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