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약 70년 만에 고도제한(장애물 제한표면·OLS) 국제기준을 개정하면서 정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도제한은 재건축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공항 인근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희비가 엇갈린다. 목동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양천구는 고도제한 가능성이 생겨 정부와 서울시에 강력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현행 기준으로 전체 면적의 97.3%(40.3㎢)가 고도제한 지역인 강서구는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정안 조기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ICAO 국제기준 개정안이 오는 8월 4일 발효된다. 전면 시행은 2030년 11월 21일이다. 그 사이 각국은 국내법을 정비하고, 요건을 갖춘 국가들은 조기 적용도 가능하다.
ICAO는 1947년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국제 민간항공 항공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한다. 고도제한의 정식 명칭인 ‘장애물 제한표면(OLS)’ 기준을 1955년부터 적용해오다, 공항 안전과 인근 지역 개발의 조화를 위해 지난 3월 28일 약 70년 만에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특정 지역 일괄 제한’에서 ‘위험 평가 후 허용’으로의 전환이다. 기존 안에서는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를 수평표면구역으로 정하고, 건축물 높이를 해발 57.86m(지상 45m) 미만으로 제한한다. 아파트 10~13층 높이 정도다. 또 반경 4km 경계선부터 바깥쪽으로 1.1km 안 구역은 원추표면구역으로, 건축물 높이가 해발 112.86m(지상 100m) 미만으로 규제됐다.
개정안은 기존 고도제한을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했다. 금지표면은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절대적 금지구역, 평가표면은 평가를 거쳐 조건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구역이다.
문제는 현행 기준이 5.1㎞ 내에서 절대적 규제가 이뤄진 데 반해, 개정안의 평가표면은 이보다 확대됐다는 점이다. 양천구에 따르면 개정안은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에 이르는 지역을 ‘수평 표면’으로 분류하고 45·60·90m 등으로 고도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고도제한 지역이 아니던 양천구 대다수 지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되고, 경우에 따라 고도제한 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
특히 양천구는 목동신시가지 14개 아파트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들은 상징성·조망권·사업성을 위해 고층 건물을 선호하고 목동 역시 6단지는 최고 49층, 7단지는 최고 60층을 목표로 계획 중인데 고도제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목동 6단지 조합원은 “소유주들이 국토부에 민원을 넣고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며 “목동재건축연합회도 공동 대응할 예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들과도 공동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서구는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ICAO 방문했을 때 2030년 전면 시행 이전에 자국에서 준비를 마치면 발효 후 언제든 조기 시행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 한강 쪽 지역들에 대해서는 고도제한을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