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고요를 깨뜨리며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가 때아닌 중·고등학생들로 북적거렸다. 22일 교단을 초월해 전국 150여개 교회에서 모인 1000여명의 청소년들은 ‘제2회 감신대 청소년 1일 캠프’ 참가자들이었다. 사회자가 캠프의 시작을 알리자 감신대 웨슬리 채플은 이들의 환호와 함성 소리로 가득찼다.
경기도 하늘숲덕일교회(이정형 목사)를 출석하고 있는 김효아(17)양은 친구의 권유로 이번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김양은 “미션스쿨에 다니며 교회 공동체에 관심을 가졌지만 비기독교인 가족의 반대로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친구들 외에 교회를 다니는 또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공연과 오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교회 문화에 더욱 친숙해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신대는 지난해부터 청소년 문화를 이끄는 데 신학교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이 행사를 시작했다. 캠프 총괄위원장 장재호 교수는 “미래세대와의 소통이 신학교가 직면한 도전이자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며 “감신대는 기독교 문화공연과 공동체 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영성과 공동체성을 깨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이끌어 갈 우리들’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배우이자 래퍼인 양동근과 CCM 가수 이철규가 참여한다.
개회 예배에 선 유경동 감신대 총장은 “주님을 따라가는 길이 때때로 좁고 어두울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하나님께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예비하시기에 그 길을 걸을 때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저녁기도회에는 ‘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김선교 선교사가 청소년들에게 믿음의 용기를 북돋아 줄 말씀을 전한다. 김 선교사는 “성경에는 작은 자 한 사람을 크게 쓰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반복된다”며 “다윗이라는 한 사람이 이스라엘 전쟁의 판도를 바꿨고, 예수님은 어린아이의 오병이어를 통해 기적을 베푸셨다”고 했다. 이어 “교회가 쇠퇴한다는 시대에 자신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의심하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감신대 학생들도 다음세대를 살리겠다는 예비 사역자의 마음으로 방학을 반납하고 봉사자로 참여했다. 신학과 4학년 소정호(24)씨는 신앙으로 아픔과 상처를 극복했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신앙의 동생’들을 응원하고자 봉사에 나섰다고 했다. 소씨는 “교회에서 찬양 사역을 하며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 세상의 조건과 평가에 지친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나 역시 그랬지만 십자가의 온전한 사랑을 깨달으며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의 능력으로 세상을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총장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한국교회와 기독교 문화에 자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낮 시간에는 즐거움을 저녁 시간에는 깊이 있는 영적 성장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