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아이돌’ 말고…우리는 하나의 유니버스입니다”

입력 2025-07-22 16:04 수정 2025-07-22 16:40
다국적 K팝 보이그룹 유니버스 멤버들이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연습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니버스 멤버 아이토, 네이슨, 케니, 혁, 석이다. 씽잉비틀 제공

“‘꽃제비, K팝 아이돌 되다’ 이런 제목은 난감하더라고요. 탈북민 아이돌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룹 유니버스(1verse)의 멤버 혁은 21일 서울 강남구 한 연습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국적 K팝 보이그룹 유니버스는 탈북민 출신인 혁과 석, 라오스 태국계 미국인 네이슨, 중국계 미국인 케니, 일본인 아이토 등 5인으로 구성됐다. 특히 2000년생 동갑내기인 혁과 석은 서로 다른 북한 지역에서 살다가, 각각 2013년과 2019년에 탈북했다.

사상 첫 ‘탈북민 출신’ 아이돌의 등장에 AP CNN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등 국내외에서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혁은 “K팝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서 우리 그룹에 관심을 보이는 건 감사하다”면서도 “몇몇 멤버 얘기보다 그룹의 이야기를 담아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로이터에 보도된 유니버스 관련 기사의 일부 캡처. 기사 제목으로 '탈북 청년들, 신인 K팝 보이그룹으로 데뷔하다'라고 쓰였다. 씽잉비틀 제공

팀명엔 ‘하나의 구절(verse)이 모여 음악이 되듯, 흩어진 존재들이 모여 세계(universe)가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본인 아이토는 본래 댄서를 꿈꿨으나 우연히 슈퍼주니어 예성의 무대를 보고 “아이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미국 아칸소주 출신인 네이슨은 엑소의 ‘으르렁’에 매료돼 유튜브와 틱톡에 꾸준히 K팝 영상을 올리다 소속사의 제안을 받았다.

이들이 낯선 한국에서 한 팀이 되기까지 3년 6개월이 걸렸다. 혁은 2021년 9월 소속사 첫 연습생으로 합류했고, 석은 1년 뒤 들어왔다. 이어 케이, 아이토, 네이슨 순으로 합류했다. 특히 혁과 석은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경험이 별로 없어 연습생 생활 초기에 문화이해 수업을 들어야 했다. 또 자기 생각을 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토론 수업을 듣는 등 다른 멤버보다 배로 노력을 기울였다. 석은 “노력만큼은 자신이 있다”며 “극복하고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유니버스 멤버 아이토, 석, 네이슨, 혁, 케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씽잉비틀 제공

막내 아이토가 멤버에게 안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문화 차이로 눈물을 쏟은 해프닝도 있었다. 아이토는 “일본인은 말을 직접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인데, 형들이 지시를 좀 더 명확하게 하라고 요구해서 당황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케니는 “해당 국가의 문화를 잘 몰라서 실수했을 때 멤버들을 통해 배울 수도 있고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점은 오히려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팀명처럼 궁극적으로 ‘5인 5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네이슨은 “저희 팬들이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의 음악이 팬들에게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유니버스의 사진이 띄워져 있다. 씽잉비틀 제공

유니버스는 지난 18일 데뷔 싱글 ‘더 퍼스트 벌스’로 첫발을 내디뎠다. 트랩에 드럼앤베이스를 결합한 타이틀곡 ‘섀터드’와 신스팝 분위기의 곡 ‘멀티버스’가 수록됐다. 글로벌 팬들의 반응이 벌써 뜨겁다. 유니버스는 유튜브와 틱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컬, 댄스 커버 영상을 꾸준히 선보이며, 데뷔 전부터 팬덤을 형성해왔다. 채널의 팔로워 수는 100만명에 달한다. 스타즈(팬덤명)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스포트라이트 프로모션에서 유니버스를 위해 약 189만표를 던져, 데뷔일인 지난 18일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유니버스를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K컬처 페스티벌 ‘K‑PLAY! FEST’에서 첫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소속사 씽잉비틀의 조미쉘 대표는 “멤버 구성이 다양한 만큼 글로벌 팬층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낸 뒤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