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교, 3남과의 ‘7000억원대’ 소송 패소…“내부분열 인정”

입력 2025-07-22 15:56 수정 2025-07-22 17:40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시설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에서 신도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총재 한학자)이 고(故) 문선명과 한학재 총재의 삼남 문현진씨 측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내 자산 반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조직의 통합성과 재정 기반 모두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통일교 내부에서 직계가족 간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종교법인 해산 결정과 국내 김건희특검 추진 등 법·제도적 압박을 동시에 받으면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는 2011년 미국 소재 통일교계 핵심 재단인 UCI(Unification Church International)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문선명이 생전 설립한 UCI의 정관을 문현진씨가 변경하고, 약 5억달러(6938억원) 상당 자산을 다른 재단으로 이전하자 이를 되돌려 달라는 취지였다.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항소법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통일교 측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며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안은 종교 교리와 정통성, 사명을 해석해야 판단 가능한 본질적으로 종교적 문제”라며 “기부금 유용, 계약 위반, 자기거래 등 모든 주장은 종교 교리에 대한 판단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DC 항소법원 판결문 일부. 법원 제공

판결문에 따르면 앞서 UCI 측은 정관을 개정했고 약 5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킹덤 인베스트먼트 재단(KIF)’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이전했다. KIF는 UCI 측 인사들이 설립한 법인이다. 이전된 자산에는 서울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 사업인 ‘파크원(Parc1)’과 ‘센트럴시티(Central City Limited)’, 한국 내 스키 리조트 등이 포함됐다.

통일교 측은 “이들 자산이 통일교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세속적 목적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없고 피고 측이 직접 이익을 얻었다는 정황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지방법원의 판단은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했고 이로써 14년간 이어진 소송을 종결한다”고 최종 선언했다. 이번 판례로 통일교 측은 해외 자산 회수가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통일교 내부 균열을 가속화할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일본에서 종교법인 해산이 법원 판결로 확정됐으며, 한국에서는 김건희 여사와의 연계 의혹 등을 계기로 김건희특검팀이 압수수색을 펼치고 있다. 특검팀은 자금 지원 과정에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고위층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본질은 종교적 교리 갈등이 아니라 거대한 자산을 둘러싼 세력 다툼”이라며 “결과적으로는 한학자 중심의 통일교는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법원은 판결문에서 통일교 내의 ‘내부 분열(schism)’을 인정하며 문현진씨 측과의 장기적인 분쟁으로 인해 조직(통일교)의 중심성과 통합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탁 교수는 “이번 미국 판결처럼 해외에서 쌓이는 불리한 판례들은 향후 한국이나 일본 내 자산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