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계마저도 인공지능(AI)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 한국선교KMQ 포럼’이 21일 경기도 광명 아델포이교회(임동현 목사)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포럼 주제는 ‘디지털 시대와 융합 선교’. 올해로 11회를 맞은 포럼은 AI를 언젠가 도입할 도구가 아니라 이미 교회와 선교 현장에 스며든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위에서 진행됐습니다. 기술을 무턱대고 밀어내지도 덮어놓고 끌어안지도 않겠다는 균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교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복음도 닿아야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한호 총신대 사범학부 교수는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이런 흐름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잘파세대’를 언급하며 “이들은 감각적이고 짧은 메시지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정 교수는 “복음도 이들에게 맞는 언어로 번역돼야 들린다. 공감 중심 콘텐츠와 체험 기반 만남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포럼에선 이미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디지털 선교 방식’이 소개됐습니다. 무슬림 대상 사역을 하는 라스트콜미니스트리(라스트콜·공동대표 데이빗김·김밀알 선교사)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교 방법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짧은 영상을 통해 기독교 복음에 관심 있는 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관심자들이 보낸 DM(다이렉트 메시지)에 직접 응답하며 전도하고 화상 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1:1 양육 모임을 이어갑니다. 페이스북의 타깃 광고는 라스트콜 사역의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아랍권에서 연간 150명, 아프가니스탄권에서는 300명 정도가 예수를 영접하고 있다는 수치도 공유됐습니다. 채슬기 라스트콜 선교사는 “현재는 사람이 직접 분별하며 응답하지만, AI 기반 자동 필터링 기술을 도입하면 접촉 속도와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습니다.
김연수 SMI 선교사는 소수민족 대상 성경 번역 사역에서 AI가 바꿔놓은 풍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선교사는 “전에는 언어와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선교사가 직접 성경을 번역했다면 이제는 AI가 초벌 번역을 수행하고 선교사는 이를 점검하고 시험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껏 닿지 못했던 소수 사용자 언어로도 복음이 번역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복음은 ‘인격 대 인격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는 경계가 분명히 제시됐습니다. 이춘성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가 설교문을 쓸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성령의 조명을 담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AI 기술은 인간 능력의 증강을 목표로 하지만 복음은 자기 부인을 요청한다. 양자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선교사도 “AI를 활용하되 주요한 판단과 결정에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 정보나 환상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채 선교사는 “온라인은 시작일 뿐 결국 누군가 만나주고 함께 걸어줄 때 복음은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남용 한국선교KMQ 편집인은 개회사에서 ‘AI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파도’라며 포르투갈 나자레 해변을 비유로 꺼냈습니다. “그곳에서 30m짜리 파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의 기회입니다.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한 기술의 물결을 피하지 말고 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광명=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