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인천 송도에서 직접 만든 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A씨의 범행 동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전 부인에 대한 복수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년 전 이혼한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 아내가 아끼던 아들을 살해하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2일 CBS라디오에서 “가해자는 경제적으로 전처에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피해자인 아들은 전처와 더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서 복합적인 심리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와 전처는 20여 년 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처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미용 프랜차이즈 대표이고 숨진 아들은 어머니와 협업하던 뷰티 브랜드 대표였다. A씨는 직업이 없고 서울 도봉구에 있는 전처 명의의 70평대 집에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평소 아내와 이혼을 내 탓으로 몰아 다툼이 잦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교수는 “박탈감과 무력감, 열등감 등을 느껴 복수심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마치 연극처럼 짜인 듯 아들이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어준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복수심을) 표출했다”고 주장했다.
가족이 다 모인 생일잔치에서 아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투여)한 게 아니고 정신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A씨가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목표가 명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스파우즐 리벤지 필리사이드’(spousal revenge filicide)라는 심리학적 용어를 거론했다. 그는 “전 부인이 가장 아끼는 아들을 상실한 고통을 주려는 의도가 심리적 배경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성한 자식을 며느리와 손주,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라며 “자신이 괴롭히고 싶은 대상의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 20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목적으로 실탄을 구매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그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A씨가 이혼한 20년 전이었다고 진술한 게 중요하다”며 “이혼을 했을 때부터 복수심이 시작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도 YTN라디오에서 “(전 부인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애정결핍 또는 피해의식에 따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런 생각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건은 지난 20일 A씨의 생일 잔칫상 앞에서 벌어졌다. A씨와 아들 부부, 이들의 자녀 2명과 지인 등이 함께 있었다. A씨는 아들을 쏜 뒤 곧장 달아났다.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는 며느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약 3시간 뒤인 오전 0시20분쯤 서울 시내에서 A씨를 체포해 인천으로 압송했다.
A씨가 사용한 총기는 금속 파이프를 조립한 조잡한 형태였다. A씨 차량에는 총신 9정, 자택에는 금속 파이프 5~6개가 남아 있었다. 서울에 있는 숙소에는 점화장치와 타이머가 부착된 폭발물 15개도 발견됐다. 일부는 21일 정오에 폭발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경찰은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A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