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머릿속에는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망설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무사히 구조해 정말 다행이에요.”
경북 청도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박제규(45)씨는 지난 17일 폭우 속 학생들의 귀가를 돕던 중 60대 남성을 구조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함께 구조 작업에 나선 동료 교사 김동한(40)씨는 “우리 학교 학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험했지만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달려갔다”고 전했다.
폭포수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두 사람은 차를 타고 학교 주변을 점검하던 중 불어난 범곡천에서 사람 형태의 물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날 청도군에는 시간당 45㎜의 폭우가 쏟아져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살 사이로 보였다 사라지는 물체가 사람의 머리라는 것을 확신한 두 사람은 차량에서 내려 달려갔다. 이들은 하천 맞은편 바위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두 교사는 곧장 물을 건너 구조에 나섰고 청도온누리복지관 맞은편 청풍교 인근 바위에서 남성을 끌어올려 극적으로 구조에 성공했다. 구조 지점 10m 아래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청도천과 만나는 곳으로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구조된 60대 남성은 인근에서 굴삭기 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지면서 물살에 휩쓸려 100m 이상 떠내려간 상태였다. 구조 당시에는 탈진 상태였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물살이 너무 거세 아무도 들어갈 엄두를 못 냈는데 두 사람이 바로 달려가 구했다”며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회상했다.
두 교사의 극적인 구조 사실이 알려지자 청도군청 홈페이지에는 이들을 칭찬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도고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우리 아이가 이런 분들이 계신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교사란 직책 이전에 사람을 먼저 품는 이분들의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