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북방송 전면 중단… ‘관계개선’ 취지지만 우려도

입력 2025-07-21 22:04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이 비공개로 송출하던 대북방송을 이달부터 전면 중단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국정원의 기능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국정원이 관여해온 대북 라디오 채널의 송출은 이달 중순 중단됐다. 해당 방송이 송출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아 몇 년 만에 중단된 것인진 모르지만, 정부가 대북방송을 시작한 후 송출이 중단됐다고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 라디오 채널은 인민의 소리, 자유FM, 자유코리아방송, 케이뉴스, 희망의 메아리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차원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송출해온 한 소식통은 통화에서 “우리가 방송을 송출할 때 전파가 잡히는지 안 잡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정부가 보내던 방송의 주파수를 틀면 안 나온다고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정부가 대북 방송을 중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안다. 그런데 이번에 중단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송출하던 대북 TV 방송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대북방송을 껄끄러워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유화 조치’인 셈이다. 특히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동·서해상 북한 표류 주민 6명 송환 등 유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을 상대하는 통일부의 교류협력 기구 복원 등 조직개편도 준비 중이다. 북한 자료 공개 확대와 개별관광 허용 등 다양한 남북관계 개선책도 검토하는 상태다. 북한은 계속된 유화 조치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미사일 발사나 비판 담화 등은 멈춘 상태다.

국정원은 대북방송을 실제 진행하고 있었는지, 이달 중 종료가 됐는지 등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대북방송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운영했다고 공식화한 적은 없다. 대신 ‘해외동포총연합’ ‘조선로동자총연맹’ 등 운영 주체를 다르게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국정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아직까진 우리에게 위협이기 때문에 그 대응으로 국정원의 주요 기능은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