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법부 문턱을 넘게 됐다. KT가 대법원의 재판업무 지원을 위한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사법 행정의 디지털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이번 AI 전환(AX) 사업으로 업무 과중, 데이터 처리 한계 등에 따른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KT는 대법원과 145억원 규모의 ‘재판업무 지원 AI 플랫폼 구축 및 모델 개발 사업’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KT를 중심으로 엘박스, 코난테크놀로지, 엠티데이타가 참여한 KT컨소시엄이 향후 약 4년간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KT컨소시엄은 사업 입찰 과정에서 KT의 자체 AI 모델 ‘믿:음 2.0’ 기반의 법률 맞춤형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활용안을 제시해 AI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외에 엘박스의 리걸테크 특화 서비스, 코난테크놀로지의 데이터 검색·레이블링 기술 등이 대법원 AI 서비스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컨소시엄 사업에서 KT는 대법원의 재판업무 지원과 관련한 AI 플랫폼 전반을 설계 및 구축할 방침이다. 플랫폼이 지원하는 구체적인 업무에는 판결문·법령 기반 AI 검색 서비스, 재판 쟁점 사항 자동 추출 및 요약, 판결문 작성 기능 등이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사법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업무 보조 수준에 머물렀던 AI가 법리를 분석해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판결문까지 작성한다는 측면에서 사법 행정의 완전한 디지털화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KT는 이번 대법원 사업을 시작으로 ‘믿:음 2.0’ 기반의 기업·정부간거래(B2G), 기업간거래(B2B) AX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T 엔터프라이즈 부문 공공사업본부장인 유용규 전무는 “이번 대법원과의 협력은 KT가 보유한 AI 역량을 집약해 사법 행정의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인공지능·정보통신(AICT) 컴퍼니로서 한국형 LLM을 중심으로 국가 사법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