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과일 ASMR’에 맞서라… 자체 숏폼 콘텐츠 강화 나선 포털

입력 2025-07-22 07:00
구글 제미나이를 이용해 만든 유리과일 ASMR 예시 이미지. 구글의 최신 AI 영상 생성 모델 'veo 3'에 간단한 텍스트 명령오를 입력하면 유리 과일을 써는 모습에 소리까지 입힌 영상이 순식간에 완성된다.

“숏폼을 잡아야 산다.”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플랫폼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유리과일 ASMR’ 영상이 이용자들의 숏폼 알고리즘을 장악한 모습이다. 이 영상은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비오3(Veo 3)’로 만든 것이다. 생생한 소리와 함께 유리 재질의 사물을 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구글은 올 여름이 끝나기 전 유튜브 ‘쇼츠’에서 비오3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역시 연내에 자체 숏폼 브랜드 강화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 비오3의 유튜브 탑재는 상당한 이점이다. 비오3는 텍스트 명령어만으로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AI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출시 직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현재 비오3는 구글 AI 멤버십 유료 구독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해당 기능을 얼마에 제공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창작자들은 훨씬 간편하게 더 많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칸 라이언즈 기조연설에서 비오3 탑재 소식을 알리며 “AI 기술이 쇼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숏폼 콘텐츠는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모한 CEO는 연설에서 “쇼츠의 (전세계) 일일 평균 조회수가 2000억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가 15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숏폼 이용시간은 44분에 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자 7905명 중 41.8%는 통해 주 5일 이상 숏폼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포털 역시 숏폼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바이트댄스 ‘틱톡’ 등 강자들과 맞서기 위해 오리지널 숏폼 브랜드를 출시 및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연내 쇼핑이나 맛집 후기, 블로그 글 등을 숏폼 영상으로 바꿔주는 ‘오토클립 AI’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사 숏폼 플랫폼 ‘클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해 5000명의 ‘클립 크리에이터’를 모집했고, 창작자를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수익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톡 앱 하단에 숏폼 콘텐츠 탭 ‘발견’을 신설한다. 앱 안에서 숏폼 영상을 스크롤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게끔 개편을 구상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터와 협력한 자체 콘텐츠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포털 다음의 숏폼 서비스 ‘루프(loop)’에서는 자체 제작한 숏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웹툰 등 인기 IP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고유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