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을 잡아야 산다.”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플랫폼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유리과일 ASMR’ 영상이 이용자들의 숏폼 알고리즘을 장악한 모습이다. 이 영상은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비오3(Veo 3)’로 만든 것이다. 생생한 소리와 함께 유리 재질의 사물을 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구글은 올 여름이 끝나기 전 유튜브 ‘쇼츠’에서 비오3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역시 연내에 자체 숏폼 브랜드 강화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 비오3의 유튜브 탑재는 상당한 이점이다. 비오3는 텍스트 명령어만으로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AI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출시 직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현재 비오3는 구글 AI 멤버십 유료 구독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해당 기능을 얼마에 제공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창작자들은 훨씬 간편하게 더 많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칸 라이언즈 기조연설에서 비오3 탑재 소식을 알리며 “AI 기술이 쇼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숏폼 콘텐츠는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모한 CEO는 연설에서 “쇼츠의 (전세계) 일일 평균 조회수가 2000억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가 15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숏폼 이용시간은 44분에 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자 7905명 중 41.8%는 통해 주 5일 이상 숏폼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포털 역시 숏폼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바이트댄스 ‘틱톡’ 등 강자들과 맞서기 위해 오리지널 숏폼 브랜드를 출시 및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연내 쇼핑이나 맛집 후기, 블로그 글 등을 숏폼 영상으로 바꿔주는 ‘오토클립 AI’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사 숏폼 플랫폼 ‘클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해 5000명의 ‘클립 크리에이터’를 모집했고, 창작자를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수익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톡 앱 하단에 숏폼 콘텐츠 탭 ‘발견’을 신설한다. 앱 안에서 숏폼 영상을 스크롤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게끔 개편을 구상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터와 협력한 자체 콘텐츠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포털 다음의 숏폼 서비스 ‘루프(loop)’에서는 자체 제작한 숏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웹툰 등 인기 IP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고유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