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은 위기이자 기회…로봇·드론·ESS 주목해야”

입력 2025-07-21 18:32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미국 OBBB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중국 공급망 규제를 위한 금지외국기관(PFE) 도입으로 우리 기업의 공급망 전환 부담은 있지만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 차단에 따른 기회 요인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로봇, 국방 및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사업이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미국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률) 및 비자 대응 전략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 행정부의 2025년도 예산 조정 법안인 OBBBA 제정으로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OBBBA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우선 국정 기조인 개인·법인 감세, 국경장벽 및 안보 강화, 재정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감세법이다. 이 가운데 배터리 업계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항을 오는 9월 말 조기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생산 요건만을 규정하고 있던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에는 신규 공급망 요건을 추가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기업에 적용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세액공제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3년에는 폐지할 예정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드론·휴머노이드 등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배터리 업황은 전기차 판매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컸다”며 “드론, 휴머노이드, ESS 등 신사업 연계를 통한 수요 확대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론 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맞물려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포천 비즈니스에 따르면 군사용 드론 시장은 2023년 141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356억 달러로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실장은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중국산 드론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따라 관심이 커진 휴머노이드 산업을 공략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리파이드마켓리포츠는 로봇 배터리 시장이 2024년 41억 달러에서 2033년 9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석천 코트라 글로벌공급망 사업팀장은 “중국에 대한 규제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배터리 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