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인척 살인 피해자 60% 이상 증가…늘어나는 패륜 범죄

입력 2025-07-22 05:00 수정 2025-07-22 10:53

가족·친인척 대상 살인 범죄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연이어 발생하는 ‘패륜 범죄’의 원인으로는 가족 구조의 해체가 꼽힌다. 핵가족화로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드는 대신 경제적 분쟁 등이 늘어나면서 극단적인 경우 끔찍한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갈등을 개인 문제로 취급하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오후 6시30분쯤 아버지 B씨가 침대에 누운 채 숨져있다고 신고했다. 90대였던 B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B씨에게선 목뼈 골절 등 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지난 10일엔 경기 김포에서도 30대 남성 D씨가 60~70대 부모와 30대 형 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D씨는 경찰 조사에서 형이 훈계해 화가 나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에선 30대 남성이 부친이 제작한 사제 총기에 맞아 사망했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 중 가족이나 친인척 피해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의 2023년 살인사건 피해자 유형 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 중 가족·친인척 피해자는 309명으로 집계돼 전체 살인사건 피해자(782명) 중 40%나 됐다. 2021년(183명)과 2022년(193명)과 비교하면 각각 6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중 기타 친인척(11명) 및 전배우자(7명)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배우자나 사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가족 간 살인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핵가족화가 꼽힌다. 가족 간 단절 심화로 유대나 결속 등이 약화되며 쉽게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극단적으로 표출되면 살인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0년 15.5%였던 1인가구 비율은 2023년 35.5%까지 늘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서 서운함이나 모멸감, 분노 등의 강도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지금처럼 가족 형태가 쪼개지고 대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공격 행위로 발현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가족 간 문제를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가족 간 범죄 양상을 보면 치매 등 간병 과정이나 생활고로 발생하는 범죄도 적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현재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 등을 활용해 가정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자녀가 등교하지 않을 때 알려준다거나 저소득 가구를 발굴한다거나 정부 내 다양한 시스템이 있다”며 “이를 활용해 가정 내 분쟁이나 갈등도 파악해 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유경진 기자 2hyun@kmib.co.kr